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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글 꽃

밤비 김용수 2007. 12. 27. 19:43
 

 


               김 용 수


어차피

사랑해 버린꽃

이파리 벌레 먹고

빚깔 바래도


꽃술 빨아본다

맛도 향기도 아름다움도 빼앗겨 버린

글꽃은

야윈 가슴팍에 심고


물이랑

빛이랑

공기랑

다 주어도


옛날의 글꽃을 피울 수 없구나

어차피

사랑해 버린꽃

글꽃


늦가을 찬 바람에 흩날릴때

밭자락 움켜 잡으며

두둑 위에 딩굴고

이랑 따라 묻혀 가고

썩어 문드러져도

지울 수 없고

잊혀지지 않아


또 다시 진한 먹물로

둥굴게 그려지고

하얗게 피어나는

글꽃



출처 : 시와 글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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