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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장밭골의 멱

밤비 김용수 2008. 2. 1. 17:52
 

  김 용 수


  엄마음성 들려온다.


  얘야! 멱 감고가거라

  올 때도 청순하게

  갈 때도 신선하게

  장밭골 물처럼 살 거라

  

  땡볕 파고든

  지친 살갗은 검붉게 타들어가고

  속내 식히는 땀방울은 온몸 비집고 솟아나온다.

  

  엄마 품으로 껴안은 조계산 숲은

  사납게 쏘아대는 땡볕가시를 송두리째 빼앗고

  엄마 자궁 같은 장밭골 계곡은

  짭짤하고 쓰라린 간기를 말끔히 씻기며

  멱 감는 삶, 또 다른 삶을 일깨운다.

  

  엄마 멱 감고

  정한수 떠 놓은 그 물이

  바다로 갔다가 하늘로 갔다가

  조계산 장밭골에 스며들어

  몬당에서 계곡으로 모아진다.


  얘야!

  오고 가는 길목에 설 때마다

  멱 감으며, 또 다른 삶을 살 거라


  * 몬당: 꼭대기. 장밭골: 순천시 조계산에 있는 맑은 계곡. 2006년 8월 11일 조계산 장밭골 계곡에서

  

출처 : 순천강남문학회
글쓴이 : 밤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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