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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순천, 사월사랑을 전한다

밤비 김용수 2008. 4. 21. 16:02

 (평사 칼럼)

 김 용 수

 

꽃피는 동네, 순천 땅을 밟아보라! 그 땅에는 형형색색의 철쭉꽃이 피어나고,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나며, 청갈대가 쫑긋쫑긋 솟아올라 오가는 길손들을 반기고 있다. 마치 대자연의 숨소리를 들려주며 상냥한 미소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간다는 順天! 그 지명에서부터 내품는 順天의 이미지는 천혜적인 자연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늘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넓고 푸르러서 그 온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하늘에 뜻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서도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순천동네의 사월은 꽃과 사람들로 어우러져 온천지가 화려하다. 봄을 만끽하는 상춘객들의 옷차림에서부터 형형색색의 빛을 토하고, 지천에 너부러져 있는 야생초와 나무들이 피워내는 꽃물결도 말로는 형용할 수 없다.

꽃물결속에서 사람물결이 일렁이는 동네, 順天! 그 곳에는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을 나누면서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아니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삶의 가치관을 논하는 동네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꽃보다도 아름답고 대자연보다도 아름다운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도시이며, 사람 내음을 풍기는 땅일 것이다.

順天 땅을 밟고 다니는 사월 어느 날이었다. 지인들이 순천을 찾았다. 그들은 순천만을 거쳐 조계산에 자리한 송광사와 선암사를 탐방했다. 그리고 낙안성에 당도해서 순천에 관한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또 그들은 順天의 지명과 명소들을 낱낱이 들추면서 그곳에 얽힌 사연과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었다.

그들의 구수한 이야기보따리는 밤이 깊은지도 모르고 꽃을 피웠다. 마침내 그들은 “순천 땅의 사월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며 “순천 땅에서는 잔인한 사월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상기해 보자. 잔인한 사월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의 엘리어트가 쓴 황무지(荒蕪地)라는 詩 구절에서 유래됐지 않았나 싶다. 즉,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라고 표현했었다.

또 1967년, 우리의 신동엽시인은 “껍데기는 가라.”라는 詩에서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 그리하여, 다시 / 껍데기는 가라. /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 아사달 아사녀가 /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 부끄럼 빛내며 / 맞절할지니 / 껍데기는 가라. / 한라에서 백두까지 /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라고 표현 했었다.

어쩌면 우리 인간에게 사월이 주는 의미는 이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엘리어트의 황무지라는 시를 떠나서라도 우리가 느끼는 사월은 또 다른 의미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잊어서는 안 될 달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네 사월은 학생의거를 비롯해 사월 십구일혁명의 날이 있으며, 먼 옛날 보릿고개시절도 있다.

그 중에서도 보릿고개시절은 기억하기조차 싫으며, 잊을 수 없을 것으로 가슴깊이 새겨졌을 것이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울 때, 부모들은 쌀 떨어진 뒤주를 들여다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먹을거리를 찾아 나선다. 자신들의 굶주림은 까마득하게 잊은 채 들로 산으로 나가봐도 아직 먹을거리가 없는 사월이었다. 보리 싹은 이제야 파릇하게 올라오고 아무래도 오월이 되어야만 산야초들이 먹을거리로 자라기 때문에 사월은 잔인한 달로 각인됐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사월은 잔인한 달로 모든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順天의 사월은 철쭉꽃 피어나고, 청갈대 솟아나며, 사람들의 정이 깃든 물결만을 일렁이고 있다.

특히나 하얀 철쭉꽃 피어나는 순천 땅에는 그립고 보고픈 사람들로 가득하고, 붉은 철쭉꽃 피어나는 순천만과 강변에는 정열을 불태운 사람들이 노닐고 있다. 꽃피는 順天, 사람 내음이 나는 사월사랑을 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