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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물 베기

밤비 김용수 2008. 6. 23. 17:38

술자리

김 용 수

 

비 내린 오후

우산 없이도 걷고 싶다

말없이 걷는 머리위로 빗방울이 떨친다

“칼로 물 베기”가 머릿속에서 맴돌다가

저기압으로 꽉 찬 홧덩어리

소나기로 식히고

빗방울에 씻긴다.

 

동천가 아랫장 난전에다가

정든 사람 모아두고

명태 살 전 부치어 오순도순 말문 열어가며

“나누우리” 막걸리를 서로서로 따라주다가

서너 순배씩 돌아가는 술자리엔

한신이도 승하도 태민이도 미숙이도 용수도

모두가 “칼로 물 베기”에 젖는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 토라지고

옳고 그름을 가름하지 못한 채

극과 극으로 치닫는 감정들

눈 덩이처럼 커져만 가는데

 

빗소리는 “칼로 물 베기”를 끌어 들이고

막걸리 “나누우리”는 정든 사람들 불러 모아

부부싸움의 홧덩이는 명태살전에다 버물려지고

 

술자리는 거나하다

 

* 2008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