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 별 집

내 고향 찔레꽃은

밤비 김용수 2010. 6. 11. 17:12

 

김용수 시인

 

내 고향 찔레꽃은

엄마 가슴에서 솟는 젖이고

아빠 어깨에서 솟는 힘이다

 

찔레 새순 꼿꼿이 솟아오를 때면

앞 들판 뒷동산 찔레 찾아 쏘다니던

어린 날이 푸른빛으로 달겨든다

가지마다 피어있는 꽃송이는 고향사람 얼굴처럼 해맑고

송이마다 뿜어내는 꽃향기는 정든사람 꿀정처럼 진하다

 

뱃속에서 울리는 쪼르륵 꼬르륵 허기진 소리

그 소리 따라 찔레 새순 뚝! 뚝! 꺾여 지고

온 들녘은 동심 아우르는 찔레덩굴로 얽힌다

하얀 찔레꽃 송이송이 맺힐 때면

잃어버린 고향, 잊어버린 사람들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새하얗게 아롱댄다

달콤하면서도 서러운 향기 스멀스멀 뿜어내고

쫓아가면서도 따라오는 동심이 발 뿌리를 잡는다

찔레꽃 가시 덤 풀 속에는 아린 추억들이 되새김질 하고

쭈빗쫑긋 내미는 꽃송이마다 새하얀 동심이 피어난다

 

찔레새순 꺾어 껍질 벗기고

한입에 베문 그 맛

엄마젖이고 아빠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