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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입춘이네 / 김 용 수

밤비 김용수 2011. 2. 11. 11:29

 

 

 

“어이! 입춘이네

꽁꽁 얼었던 몸도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리는 날이네”

 

친구의 음성 따라

대자연이 녹고 있나 봐

살을 찢는 칼바람도

바닥까지 얼어붙은 강물도

입춘을 이기지 못한 채

슬쩍슬쩍 물러서지만

두텁게 얼어붙은 가계부와

언주머니 입춘은 언제나 오려는지

소식도 없고 기별조차 끊겼나 봐

 

내 가족을 맡길 수 있는 사람

뚝배기친구는 立春大吉, 建陽多慶

글귀 쓴 화선지를 건네주며

 

“곧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녹아

크고 작은 복들이 복주머니로 가득할 것이네

친구! 걱정마소 잉

어이! 입춘이란 말이시”

 

그 소리 그 음성 따라

스르르 눈까풀 감기고 봄꿈은 피나 봐

 

꿈속의 봄은 황홀했다네

바라는 마음, 그대로였다네

차라리 눈을 뜨지 말 것인데 그랬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