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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막에 밤비는 내리고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1. 9. 14. 07:49
움막에 밤비가 내린다
있어달라는 이슬비도
가달라는 가랑비도 아닌
한가위를 앞둔 보슬비가 내린다
움막의 적막을 깨는 빗소리는
상처 난 가슴을 후벼 파면서
잔잔해진 마음 한구석을 출렁인다
살을 섞은 사람도
피를 나눈 사람도
연을 맺은 사람도
모두가 자기만의 삶속에 묻혀 있는 밤
움막에 내리는 밤비만이
정에 허기진 사람을 붙잡고
갈증 난 풋정에서 애교 띤 애정까지
하나하나 끄집어서 밤비에 젖게 하고
움막처럼 푹석한 지나친 옛정이
까만 밤빛을 타고 내린다
밤비는 움막을 적시다가
정에 굶주린 옛정을 적시고서
밑바닥에 고여 있는 미운 정을
또다시 섞으며 멀고도 가까운 사람
식어버린 열정을 지피고 있다
2011년 9월 9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