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 별 집

여우비 내리던 날

밤비 김용수 2014. 8. 17. 08:11


여우비 내리던 날

등나무처럼 꼬인 삶을 소나기로 두들긴다

 

구름을 꾀어내고

태양을 놀려대며

날벼락 치고 비를 뿌리는 여우의 속셈을

호랑이도 모른다

하늘도 모른단다

 

소나기 퍼붓고 개천 물 넘쳐날 때

하늘에 걸친 구름처럼 속았고

구름에 가린 태양처럼 숨었다

 

여우 시집가고 호랑이 장가가는 날

잃어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는

닳고 닳은 순정에 부스러기가

꼼지락꼼지락 되살아나

 

귀를 막고

눈을 감아도

사라지는 여우비를 쫒을 수 없다

 

마른 등가죽으로

여우비 내리는 반쪽 하늘을

햇살 내리쬐는 한쪽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며 속고 사는 삶

호랑이 장가가는 날, 그날이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