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낙안읍성 "시골장터"에서 / 김용수
순천시 낙안읍성 "시골장터'에서
낙안읍성 주차장 내에 시골장터가 개장됐다. 조상의 얼이 살아 숨 쉬는 민속마을과 금전산, 그리고 오봉산, 제석산, 존재산, 백이산, 고동산 등 낙안 뜰을 관광하려는 인파가 날로 늘고 있다.
병풍처럼 둘러친 산세의 아름다움도 있겠지만 넓게 펼쳐진 낙안들녘은 실로 장관이다. 특히 저녁때쯤이면 석양을 등에 업은 굴뚝연기는 우리들의 안식처인 고향 품을 연상케 한다. 어머니 품처럼 아늑하게 느껴진 낙안(落雁)은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까? 낙안을 비롯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관광객들에게 직접 판매하고자 개설된“시골장터”가 유난히도 정겹다. 고사리, 미나리, 표고버섯, 엿, 떡, 조청, 꽃, 곡류 등 수많은 농산물들을 유통과정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관광객과 주민들이 직거래를 하고 있어 가격도 싸고 신선하다.
지난 27일이다. 우리나라 서정시의 대들보인 송수권 시인 일행이“시골장터”를 찾았다. 그들은 낙안읍성 팔진미 비빔밥을 먹으면서도 낙안읍성과 주변에 둘러쳐진 산들의 비경을 낱낱이 열거했다. 특히 낙안온천의 수질과 낙조에 관해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아끼지 안했다.
실지로 저녁때쯤 국도58호선을 타고 낙안읍성 길을 가보자. 시내에서 창녕을 지나 금전산 불재에 올라서면 백이산 능선에 걸려 있는 햇덩이가 붉다.
하루를 짊어진 햇덩이가
백이산 능선을 타고 넘는다
뉘엿뉘엿 넘어가다 주춤거리고
손목잡고 뒷짐지다 뒤돌아보며
선홍빛으로 물들이는 동그라미가
하루를 불태우다 어둠에 눕는다
울고 웃는 삶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부시도록 퍼 담다가
붉디붉게 익어만 간다
속고 속는 삶
날마다 뒤쫓다가
백이산 능선에 걸린 햇덩이
해맑은 소녀
가는 목에 걸어 두련다
필자가 2007년도에 전남 순천시 낙안면 불재를 넘다가 “백이산 넘는 햇덩이”라고 쓴 졸작이다. 해발 450m 높이의 재인데도 상당히 가파르다. 금전산(金錢山·667.9m)의 한 자락으로 순천시와 낙안읍성을 잇는 길목이다.
더욱이 금전산은 호남정맥 줄기인 조계산에서 뻗어 나온 지맥이 남쪽으로 흘러내렸다. 옛 이름은‘쇠산’이었으나 100여년 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이름을 한자 뜻 그대로 풀이를 해보면‘금으로 된 돈 산’이다.
또 금전산 중앙부에 위치한 금둔사는 초창주 담혜화상(曇惠和尙)이 부처의 오백나한 제자 중 한 명인 금전비구(金錢比丘)에서 산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낙안이다. 하지만 시내에서 동떨어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시민들이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즉, 상사에서 낙안읍성 간 국지도(58호)가 2차선으로 굴곡이 심해 겨울철 상습결빙이 잦은 곳이다. 다시 말해 교통사고와 교통두절 방지를 위해서라도 개설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게다가 낙안읍성민속마을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순천만, 선암사, 송광사 등 주변 관광지 방문객과 주민들의 연결도로망 구축을 위해서라도 낙후된 도로개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안에서 상사 간 국가지원 지방도 개설을 위해 2015년부터 공사착공에 따른 보상비와 공사비로 약 200억 원 이상 국비지원요청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순천시는 중앙정부 재정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금년 초부터 전남도와 해당부처 및 국회 등을 방문해서 그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부디 협의가 잘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민숙원사업이면서도 국가적인 대사업을 뒤로 미루는 중앙정부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