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별 집

번지는 잉크방울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6. 5. 31. 12:42


여름이 푸르고 푸르게
익어 가고 있는 오월
 
하얀 교복상의로 떨어뜨린
파란잉크방울이 번지고 있다
 
안티로 지켜보는 눈빛이 싸늘하고
먹튀로 배어드는 맘색이 저려온다
 
하수구에 빠져 허우적대는 언어처럼
안티의 합창, 시궁창 냄새로 지독하고
19살 노동자의 가방 속 라면봉지처럼
숨죽인 침묵, 힘없는 죽음을 부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만학 꽃 피우는 캠퍼스 시간
책상머리 맞대고 정담 나누던 시간들이
흐른 시간 뒤에서야
옛 시간이 그리운지라
낙엽 구르고 밟는 소리를 들을 것인가
윙윙대는 바람소리만 붙잡는 나목을 지켜 볼 것인가
 
검푸르른 여름에는 모르겠지
낙엽지는 가을오면 눈치챌까
바람부는 겨울가면 설핏알까
 
하얀 머리속으로 튕겨버린
파랗고 파란 잉크방울의 번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