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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깃든 해운대에서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6. 7. 20. 11:36

 

보일 듯 말 듯

먼 바다 너머로 대마도가 숨고

가릴 듯 말 듯

앞 바다 옆으로 오륙도가 뜬다

동백섬 휘감는 인어상길

암벽 사이사이를 타고 도는 사람들

곡예 연습하는지

숨바꼭질 하는지

최치원을 찾는지

무지개빛깔 사람 꽃을 피우고 있다

 

밀려오는 너울파도 뒤 쫒는 피서객

하얀 포말 따라 백사장 종종 거리고

희뿌연 해무 속으로 숨어드는 상혼

즐비한 햇빛가리개 우산 꽃을 피우고 있다

 

피서객도

이방인도 아닌

구경꾼으로 지켜본 해운대

봉긋봉긋 솟아오른 앞가슴

아슬하게 미끄러진 몸매들

달기를 닮으려는지

서시를 닮으려는지

초선을 닮으려는지

왕소군 닮으려는지

양귀비 닮으려는지

 

눈요기만으로도 배부른 저녁 무렵

실버악단 공연이 시작되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트럼펫을 불어대는 백발연주자

어깨 뒤로 촉규화가 피고 있다 (필자의 해무 머금은 해운대 전문* 촉규화 : 거친 밭에서도 아름답게 피는 접시꽃)

 

정말 낭만이 있는 해운대다. 해무 낀 백사장에서 대마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아니 오륙도 돌아가는 동백섬의 운치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움의 극치다. 하얀 물비늘이 반짝이는 파도위로 젊음이 파닥인다. 마냥 즐겁고 기쁘고 시원스럽기만 하다.

젊은 날의 회상화가 활동사진처럼 돌아간다. 조용필가수가 불렀던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대중가요가 부르고 싶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그 노랫말과 곡은 한 시대를 음미하게 했다. 부산항에서부터 북상했던 이 노래는 조용필이란 가왕을 탄생시켰고, 해운대백사장을 비롯해 동백섬과 오륙도 그리고 달맞이 길 등이 국민들의 가슴속에 그려지게 했었다.

 

지난주였다. 해운대를 찾는 피서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백사장에는 비치파라솔의 물결로 상혼이 득실거렸고, 동백섬으로 이어지는 암벽 길에는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관광객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10여년 만에 해운대를 찾았다는 노부부는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라는 옛 시 구절을 읊조리면서 옛 친구들과 자신들의 늙어 감을 서글퍼 했다. 게다가 노부부는 해운대의 자연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건만 지금의 사회 환경과 인심은 너무도 많이 변화돼 해운대의 정취까지 사라져 버린 것 같다.”는 말을 서슴없이 표출했다.

 

상기해보자.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해운대 백사장을 비롯해 전국 대처의 해수욕장에는 피서객들이 마음대로 텐트를 치고 피서를 즐길 수 있는 장소였었는데, 지금은 비치파라솔만이 진을 치고 있다. 아마도 시대적 흐름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돈을 벌기위한 수단치고는 뭔가 석연치 않다.

 

언제부터서인지는 모르겠다. 상혼이 깃든 비치파라솔의 바람이 오늘에 이르렀는지 말이다. 피가 끓은 젊음과 해운대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대자연의 무대를 앗아가는 기성세대들의 상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아무리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지만 피서지의 자리까지 상혼으로 범벅이 된다면 삼천리금수강산 어느 한 곳도 마음 편히 쉴 곳이 없다. 상법에 따라서 제도화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제도는 하루빨리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벌써 옛날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철이면 바다로 산으로 삼복더위를 이기려는 피서인파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 중에서도 해운대를 찾는 인파는 날로 늘어났었다. 그러한 해운대의 이미지가 그립다.

 

아무튼 해운대의 낭만과 동백섬의 운치는 실로 세계적이다. 그 정취를 되살리는 해운대가 되어야 한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곳, 사랑의 해운대로 거듭나야 할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