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 별 집

남바다 붉새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7. 3. 5. 10:10


뒤로 넘긴 역사 420년
조선수군본영 고금도는
붉디붉은 북새가 떴다

덕동우물 벌컥벌컥 들이키며
휴우우우 숨 고르는 난민들은
수 닭 홰치는 소리
벽파소리를 듣는다

산위에 올라 붉새 바라보며
북새, 복새, 뿔새 불살, 불근살
그 뜻 그 믿음 되뇌고 읊조린다

충무공의 “약무호남 시무국가”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그 말
남바다 붉새가 물어물어 나르고
 
왜놈들 간장 비튼 한산대첩은
지구촌 해전사에 한 획 그었고
울돌목 물길 꿰찬 명량대첩은
왜놈들 수장시킨 고뇌의 바다로
조, 일, 명 3국이 교전한 왜교성 전투는
유정, 진린의 뇌물 꾀임으로 통분의 바다로
“한놈도 살려 보낼 수 없다”고 외치며
왜놈들 퇴각로 차단했던 노량대첩은
충무공이 전사한 죽음의 바다다 

옥문을 나선 백의종군 길
서럽고 슬픈 마음 비할 데 없다

정으로 권한 술
차마 사양할 수 없고
억지로 마신 술
취기어린 붉새로 떴다
 
난중일기서
“하늘도 캄캄했다”는 심정
“대낮의 해조차 색깔이 변했구나”의 통곡
남바다 곳곳을 찢고 찢는 울부짖음이었다
어머니 잃고 막내아들 면까지 잃은
이순신은 실성해 통곡 또 통곡 했다 
 
떠날 수 없는 남쪽바다서
목숨을 던졌던 이충무공
그 유해를 80일간 모셨던 고금도 월송대  
풀도 자라지 않고 장부의 가슴 도려낸다

푸른 달빛이
정유재란, 묻혔던 역사 들추고
그날의 조각난 사연들
남바다 붉새로 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