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기 마음으로/ 김용수
찬바람이 불어온다. 겨울바다를 구경하고 싶어서인지, 백제의 향기를 맡고 싶어서인지, 서쪽바다가 있는 충남 땅에서 잠시의 여유를 가져본다.
지난 14일이었다. 부부동반 모임으로 충남 대천 한화리조트로 향했다. 오륜기마음을 펄럭이듯 서쪽바다 거센 파도는 대천해수욕장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무엇을 연마하고 그 무엇을 이룬 것도 없이 무수한 시간들이 흘러간 지금, 그 옛날의 푸른 꿈을 생각하는 어리석음이 앞섰다. 그러나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킨다는 차원에서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바람직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충청도 서해안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태안반도를 거쳐 안면도와 대천해수욕장 등 많은 지명을 둘러보았었다. 당시의 서해안지역은 도로망 협소로 인해 관광객들이 별로 찾지를 않았다. 거의가 비포장도로 차량의 빈도수가 낮았었다. 물동량이 많은 항구를 비롯해서 대천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도로만이 포장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 처음으로 찾은 충남 땅은 많이도 변해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영향일까? 시대의 흐름일까? 서쪽바다를 끼고 도는 해안선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그에 따른 관광지와 시설까지도 다양하게 변해있었다.
특히 대천해수욕장과 죽도를 끼고 도는 해안선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뒤늦게 가꾸어지고 알려진 상화원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구촌에서의 일몰지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거센 파도가 갈고 닳은 갯바위와 석양의 아름다움은 화해와 평화를 담고 있었다. 게다가 동서양의 자연정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둘레 길을 걷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대다수의 관광객들은 삶의 여유를 갖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의 쉼터를 찾아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고 한다. 연인을 비롯한 가족, 지인들과 관광객들은 둘레 길을 걸으면서 힐링 문화를 접하고 있는 성 싶다.
관광객들은 말한다. 죽도상화원은 바다를 끼며 걷는 정원으로 분위기도 좋고, 회랑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고 말이다. 더욱이 해질 무렵, 석양에 매료되는 기분은 무아지경이라고 한다. 경치를 보며 걷다보면 힘든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죽도는 보령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섬이다.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미가 살아 숨 쉬는 한국식 정원 '상화원'은 회랑으로 시설되어 있었다. 2km에 이르는 섬 둘레의 회랑은 지붕과 바닥을 목재로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손꼽힌다. 회랑을 따라 걷다 보면 온갖 수생생물이 살아 숨 쉬는 해변연못과 발아래 굽이치는 파도, 하늘 높이 솟아오른 해송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닷바람에 우직하게 흔들거림의 우람함은 선인들의 자태와도 흡사했다.
필자역시 이곳의 아름다움에 쏘옥 빠졌는지도 모른다. 청색빛깔 반짝거리는 갯바위의 피부색깔에서부터 해송의 흔들거림까지 하나도 놓칠 수 없는 경관이었다. 아마도 민족정기가 서려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왜냐하면 거센 파도에 씻기고 씻긴 갯바위의 피부에서 수천만 년의 역사를 지켜온 세월흔적을 엿보았고, 아름드리 해송의 움직임에서 민족정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번 여행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우정의 산물이었다. 친구들의 정은 물론 아내들까지도 한마음이 됐었다. 오륜기 마음에서 열륜기 마음으로 겹치는 부부동반여행이었기에 더욱 신기가 돋았었다. 어쩌면 화목한 정에서부터 평화로운 정에 이르기까지 함께 즐기는 여유가 아닐까 싶다.
필자는 생각한다. 올림픽기의 상징처럼 언제나 지구촌 5대양 사람들이 결속하고 함께하는 평화로운 마음들이 겹쳐졌으면 좋겠다. 이제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를 떠나 인류평화를 위한 마음의 오륜기를 펄럭이고 힘차게 달리기를 소망한다. 따라서 필자의 ‘오륜기 마음’을 전해볼까 한다.
너의 마음
나의 맘이 아닌
우리들의 마음은
오륜기마음이었다
동심으로 펼치는 그 추억 꺼내 보이고
정담꽃 웃음꽃 애정꽃 소망꽃 믿음꽃 피워보는
충남보령 땅 한화리조트 304호는 열륜기마음이었다
대천해수욕장, 짚 라인, 수산시장,
죽도 상화원, 수덕사, 해미읍성,
안면도수목원, 꽃지해수욕장
서쪽바다 얼굴이고 몸매인 것을
고흥깃발 날리며 달려온 우림
낙안깃발 펼치며 날아온 평사
순천깃발 날리며 달려온 연소
서울깃발 펼치며 날아온 서연
여수깃발 날리며 달려온 석송
오륜기에 겹쳐진 열륜 깃발 휘날렸다
외제승용차 뒤쪽에 새겨진
아우디 표를 바라보면서
올림픽차로 불리는 오류가 아닌
마음 마음이 합해진 마음깃발이다
색다른 깃발마다
세월흔적 그리고 새겨졌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情바람으로
오륜기마음 겹치는 열륜기 마음은
너와 내가 아닌
우리네 마음으로
언제나 푸르고 푸르다 (필자의 졸시 ‘오륜기 마음’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