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칼럼 집

고흥엔 붉은 당신이 있습니다/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20. 1. 27. 20:15


고흥엔
옷이 있습니다
고흥엔
밥이 있습니다
고흥엔
집이 있습니다

고흥엔
저녁놀 붉게 타는
서쪽하늘이 있고
노일갯벌이 있습니다

고흥엔 그곳에서
정든 노래
정든 사람 불러내고
허튼소리 판소리로
상청을 내고 있습니다

석류에 미쳐버린 고흥엔
우림이랑
정환이랑
귀촌사람이랑
귀농사람이랑
여유그네 타고 있습니다
정의그네 타고 있습니다

고흥엔
정이든 그대가 있고
고흥엔
사랑하는 당신이 있습니다(2020년 1월 27일)


“고흥엔 붉은 당신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귀농, 귀촌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노을처럼 붉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즉, 석류에 미쳐버린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면 노을빛마냥 붉디붉은 석류를 재배하면서 석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귀농, 귀촌한 사람들로써 토박이 지역민과 어우러져 정과 사랑을 맺고 살아가는 이웃들이다. 새콤달콤한 석류나무를 재배하면서 맺어진 정, 그 정의 두께가 매우 두텁단다. 석류와 함께 살아온 삶은 의, 식, 주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며, 여유를 지니게 했다. 그들은 보석보다도 더 아름다운 석류의 정을 끈끈하게 맺은 이웃사촌이다. “고흥엔”에서 모여 석류를 논하고 동안의 삶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노을빛마냥 황홀한 삶을 영위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붉은 석류꽃처럼 피어나서 붉디붉은 석류열매로 익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에부터 석류는 다복과 다산의 뜻을 지녔으며 익은 사랑으로도 표현되기도 했다. 그 흔하디흔한 남녀의 사랑을 비롯해서 성스러운 사랑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석류꽃처럼 피어나고 석류열매마냥 익어가는 사랑은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그들의 “고흥엔” 사랑은 붉다. 그들의 대표성을 띤 외로 마을 어촌계장은 귀농한지, 10여년이 됐다고 한다. 그의 눈물겨운 사연일랑 뒤로하고 오늘의 일과를 들춰볼까 한다.

그는 외로 마을 이장, 부녀회장과 함께 마을일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등 마을일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특이 군과 면을 오가면서 석류농사를 비롯해 바다사업에 관항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마을에 홀로 살아가는 노모의 집에서 악취가 풍겨난다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했었다. 게다가 그는 노모의 자존감 내지는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면사무소 복지계장을 동원하고, 타 마을사람들의 힘을 빌려서, 집안대청소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외지인들까지도 이 사실을 알고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필자도 입소문을 듣고 “고흥엔”을 찾았었다. 그곳 주인인 서정환씨는 석류에 미쳐 있었다. 그저 석류만을 위해 태어나 석류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귀농, 귀촌의 사람들과 정을 맺고,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아마도 붉은 석류 빛 사랑은 외로 마을을 떠나 먼 마을에까지도 전해지고 있으리라 믿는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고흥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임시로 개통된 고흥에서 여수간의 연육교를 다녀왔다. 정말 보기 드문 경관이었다. 우두마을 팔영대교에서 적금, 적금에서 낭도, 낭도에서 둔병도, 둔병도에서 조발도, 조발도에서 화양간의 연육교는 다도해를 가로지르는 해상교통로였다. 한반도의 아름다움은 ‘삼천리금수강산’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연육교를 이은 고흥반도에서 여수까지의 바다 길은 금상첨화였다. 모두가 “고흥엔”의 덕분인 듯싶다.

언제나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곳, 고흥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정을 잇고, 사랑을 잇고,
의, 식, 주를 잇는 연육교가 있다. 여유의 그네를 타면서 사랑의 그네도 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