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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내리는 순천시의 도시텃밭

밤비 김용수 2021. 1. 19. 09:42

함박눈 내리는 순천시의 “도시텃밭”/ 김용수

새하얀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출근길을 재촉하는 인파와 차량행렬은 함박눈의 낭만을 즐기는지, 느림보다. 안전성을 담보하는 거북이마냥 사면팔방을 살피다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아니다. 순천도시텃밭을 새하얗게 덮고 있는 함박눈발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텃밭을 가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 현대인들은 사라져가는 미풍양속과 옛정을 그리워한다. 특히 맛과 멋 그리고 여유를 즐겼던 옛 정서를 찾으려 한다. 어쩌면 최첨단산업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진솔한 텃밭문화가 아닐까 싶다.

기성세대들은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고향집 고구마 저장고와 텃밭웅덩이에 묻어둔 뿌리농산물의 추억담을 말이다. 화롯가에 둘러앉아 밤, 고구마, 토란 등을 구워먹으며 구수한 이야기꽃을 피웠던 추억들이 아련하게 그려지는 것을 . . .

문득, 순천시의 “도시텃밭”이 떠오른다. 도농복합도시와 생태도시를 아우르며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아직까지도 텃밭정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집근처 작은 밭에다가 자신이 씨앗을 뿌리고 그 농작물을 직접 가꾸어 먹는 순수성이야말로 인성을 기르는 원천일 것이다.

지난해였다. 도시텃밭을 가꾸고 있는 시민들의 활동상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도심생활에 찌든 시민들이었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아이들의 정서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쳤었다. 가족끼리 공동작업을 하면서 오순도순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은 한 폭의 동화였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일구는 텃밭정서는 흙의 진실을 일깨우며 협동심으로 이어졌었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호연지기를 엿보았으며, 삶의 진정성까지 느껴졌다. 즉, 아빠는 흙을 파면서 거름을 주고, 엄마는 이랑을 만들며 씨앗을 뿌리고, 아이들의 물 뿌리는 광경은 공동체의 산교육이었다.

무엇보다도 도시민과 아이들은 대자연속에서 자신들의 텃밭을 가꾸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들은 날마다 자신들이 먹는 채소류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식탁까지 오르게 됐는지를 터득하게 된다. 그들은 텃밭을 가꾸면서 대자연의 신비함을 안다. 텃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을 먹으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터득한다. 게다가 텃밭을 일구면서 흙의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텃밭정서를 즐기는 시민들은 올해의 계획을 지금부터 세우고 있다. 밑거름과 씨앗 그리고 농기구 등 텃밭을 가꾸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의 텃밭 가꾸기와는 달리 아파트와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의 텃밭 가꾸기는 또 다른 모습이다. 도시변의 공한지나 유휴지를 애써 일구면서도 즐거워한다. 다시 말해 텃밭을 가꾸려는 정신력과 적당한 노동력은 심신을 단련시키는 건강비법으로, 돈을 주고도 살수 없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들의 텃밭정서는 대자연속의 원초적인 삶을 터득하면서 자신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거양득의 생활상이 아닐까 싶다.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비쳐볼 때, 텃밭정서는 생활의 쉼터일 것이다. 한가로우면서 여유로운 시간, 그런 시간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생활의 윤택함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금년도 순천시의 도시텃밭 분양을 살펴볼까 한다. 시는 도시농업의 시민참여확산을 위해 순천시민을 대상으로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도시텃밭”분양신청을 접수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신대도시텃밭(해룡면 신대리 2136)과 조례도시텃밭(조례동 382-5), 연향도시텃밭(연향동 1621-1) 3곳으로 총 272구좌를 분양할 예정이다.

신청자격은 공고일 현재 주민등록상 순천시에 주소를 둔 세대주로, 세대 당 1구좌(10㎡)를 신청할 수 있으며, 분양료는 구좌 당 신대도시텃밭은 71,000원, 조례·연향도시텃밭은 60,000원으로 올해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2개월간 도시텃밭을 사용할 수 있다.

분양신청은 대면접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우편 또는 전자우편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시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해 텃밭 기초교육 후, 오는 3월 6일부터 텃밭을 개장할 예정이다.

박주봉 농업정책과장은 “도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텃밭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들었을 시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가족 친화형 녹색 힐링 공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진통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텃밭정서는 더욱더 각광을 받지 않을까 싶다. 친환경으로 가꾸어 먹는 녹색줄기채소류와 농작물은 각종질병을 예방하고 퇴치하는 정화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그렇다.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텃밭을 일궈야 한다. 잠시잠깐이라도 생의 짐을 부려놓고 쉼터인 텃밭을 가꾸자. 맑은 공기를 들어 마실 수 있고, 맑은 물도 마실 수 있다. 아니 맑은 정신이 번뜩거리며 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