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동천과 순천만
봄을 재촉하는 동천과 순천만/ 김용수
햇살이 따사롭다. 이른 봄을 재촉하는 듯, 시민들의 산책나들이가 동천과 순천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우려해서인지, 다섯 명이상의 산책시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코로나19 예방과 방역을 위한 순천시민정신이 돋보이는 현실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산책시민들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방콕과 집콕으로 얼룩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재난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려는 산책인 듯싶다. 더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봄을 재촉하는 동천과 순천만은 활기를 찾고 있었다.
특히 설 연휴를 즐기려는 시민들에게 동천 길과 순천만 습지 길은 자연환경의 필요성과 상쾌함을 느끼게 했다. ‘호연지기’를 심어주고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며 자연생태계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가끔, 필자는 동천 변을 따라서 순천만 산책을 즐긴다. 황금물결 일렁이는 갈대숲과 염기서린 갯벌 밭은 필자의 글밭이기에 더욱 친근감이 가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겨울이면 철새도래지로 희귀철새들이 날아들고, 시인묵객들이 찾아들고 있다.
사시사철 변화가 있는 동천과 순천만 습지를 살펴볼까 한다. 우리나라의 최남단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만나는 곳에 항아리모양의 순천만은 형성됐다. 그곳은 갈대밭과 갯벌 밭의 풍광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각종 희귀철새들과 갯벌의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으며, 순천만자연생태관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생태관은 순천만이 지닌 환경과 생명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더욱이 이 지역은 흑두루미가족과 각종 희귀철새는 물론 순천만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순천만은 순수성을 지닌 아이들에게는 갯벌의 생명체와 철새, 그리고 텃새들을 볼 수 있는 산교육의 장소다. 또 순천만의 가치와 환경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자연환경의 교육장이다.
순천만 습지는 5.4km의 갈대밭과 22.6km의 갯벌이 마치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철새와 갯벌 생물들이 살기 좋은 자연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순천만은 국내연안습지 중 처음으로 2006년 람사르 습지에 등록됐었다.
연안 습지는 만조 때와 간조 때 바닷물이 들어가고 나오는 경계 사이의 지역을 말한다. '만조'는 밀물이 꽉 차서 바닷물의 높이가 가장 높을 때이고, '간조'는 물이 빠져 바닷물의 높이가 가장 낮을 때다. 연안습지는 강에서 실려 온 흙이 강 하류 지역에 넓게 쌓이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삼각주지역이나 해안갯벌이 대표적인 연안습지다. 연안습지는 다양한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자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순천의 동천과 순천만은 대자연의 정기를 사람들에게 안겨준다. 그런 까닭에서 일까?순천사람들의 순수함은 음식문화의 맛으로 나타난다. 풍성하면서도 맛이 있는 음식물은 순천지역의 특산품이다. 나눔과 배려를 알고 너그럽게 베푸는 인심까지 더한다면 가히 順天心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푸짐한 음식문화를 비롯해서 마음씀씀이가 후덕 할 정도다.
아마도 순천만의 상징은 갈대일 것이다. 갈대가 자라나는 모습과 꽃이 피어 흔들거리는 풍광이야말로 백미다. 즉, 봄이면 손 키만큼 솟아오르는 청갈대의 풍광은 청순한 소녀상을 연상시키고. 여름이면 검푸르게 우거진 왕갈대로 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게다가 가을이면 하얀 꽃을 드리운 은갈대로 어머니를 그리게 하고. 겨울이면 황금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금갈대로 예술가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갈대는 바람과 어울려야 제구실을 하듯 순천사람들은 동천과 순천만을 산책해야만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순천사람이라 한다. 광활한 면적에 펼쳐진 갈대가 바람에 움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따라서 순천사람들이 동천과 순천만을 거니는 모습역시 수채화마냥 펼쳐진다.
이뿐 아니다. 무성한 갈대밭 사이로 꽃게들의 행렬과 물 억새, 그리고 쑥부쟁이의 군락은 희귀성을 지니고 있다. 또 일곱 가지 색깔로 변해서 겨울이면 붉게 물든 칠면초 군락지는 순천만의 홍일점이다.
그렇다. 갈대밭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나 다름없다. 갈대는 적조를 막는 정화기능과 홍수를 예방하는 구실도 한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순천지역은 물 맑고 공기 맑은 청정지역으로 생태도시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는 설 연휴를 시샘하는 봄비가 내렸다. 매화꽃망울이 도톰해지고 황금갈대가 서걱서걱 흔들거리며 봄비를 맞고 있다. 자연생태계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봄비가 동천과 순천만을 적시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순천사람들의 마음도 봄비에 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훔쳐보는 눈빛은 태양보다 강열했다
밤비내린 순천만 갈대 길 그 길목에서
그대입술
나의입술
짜릿하게 포개질 때
구름틈새로 달빛 숨어보고 별빛 깨어본다
시샘어린 반딧불 빛은 달콤한 입맞춤에 빠져
주위만을 맴돌고 훔쳐보는 눈빛은
두 입술 떼놓고 도망가다 숨는다
(필자의 “훔쳐보는 눈빛”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