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노래 부르는 순천만 갈대
가을노래 부르는 순천만 갈대/ 김용수
가을이 깊어간다. 파란하늘아래 갈색을 띤 순천만 갈대숲, 그 숲길을 걷고픈 계절이다. 스산한 바람과 함께 서걱거리는 순천만 갈대숲에는 느림의 미학이 있다. 초코 빛 가을이 담겨있고 건강을 지켜주는 흙길이 있다. 더욱이 여유로움과 힐링을 할 수 있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을비가 내리는 오후다. 추적추적 순천만 갈대숲을 혼자거니는 사람이 있다. 그는 가을비내리는 거리를 쏘다니고 싶어 한다. 특히 고즈넉한 장소를 찾아 사색을 즐기는 사람으로 느리게 걷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순천만 갈대숲을 거닐다가 송수권 시인의“갈목비 4”를 눈여겨보았다. 그리고 읊었다. 뭔가의 울림이 왔다. 가을의 서정을 순천만 갈대숲에 새겨두고 하늘나라로 가버린 송시인의 발자취를 더듬거리고 있는 것이다.
11월의 갈밭 하늘에먹물 몇 점이 번진다창공 높이 도요새떼 떴다비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재갈매기 고니 떼연이어 솟아오르고일필휘지 검은 밧줄을 늘였다 당기며기러기떼 행렬이 먼 산마을 쪽으로 들어간다서녘 하늘을 서대는 갈바람 소리온몸 저리며용산 등허리에 걸쳐 지금 막 떠오르는 갈목 같은 저것은그믐달인가 초승달인가수목 몇 폭을 남기고도 낙관을 찍지 못해안달하는아 이 저녁 어스름. . .
잠시, 그는 더듬거림을 멈추고 평화의 물결을 탔다. 그는 송 시인의 발자취만을 더듬거리는 게 아니었다. 순천만 갈대숲에 얽힌 이야기와 평화를 찾는 사람들의 행보를 그리는 것이었다. 느림의 미학과 여유의 철학 등 순천만 갈대숲이 지니고 있는 특색을 새기고 있었다.
그렇다. 순천만과 갈대숲은 가을을 상징하는 향기와 색깔을 지니고 있다. 갯냄새를 듬뿍 안은 갈바람과 갯벌은 순천만 갈대숲의 향기다. 언제나 이맘때면 초코 색으로 물들인 갈대숲의 풍광은 극히 아름답다.
순천만 습지를 찾는 사람들은 말한다. 산자수려한 순천에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장소는 순천만 갈대숲이라고 말이다. 갈대숲에서 들려오는 가을노래는 언제 들어도 즐겁고 평화롭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고, 사람과 사람이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과 잔상들은 평화의 상징일 것이다.
그런 까닭일까?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순천만 국제습지센터에서 2021 순천 한중일 평화포럼이 개최됐었다. 아마도 생태도시로 이름난 순천시의 또 다른 명칭이 붙을 것 같다. 미래의 평화도시 순천이라고 말이다.
지난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2021 순천 한중일 평화포럼’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벗어난 새로운 일상을 맞이했는가 싶다. 이번포럼은‘함께 누리는 일상의 평화’를 주제로 기후위기시대의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새로운 평화의 길이었다.
기조강연을 맡은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은 기후위기극복과 ‘일상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탄소중립,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의 강력한 실천을 강조했으며, 지자체 차원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도시의 핵심목표로 삼아 전면적으로 힘써야 할 때임을 역설했다.
동북아시아 관계를 좌우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한국의 적극적인 대북관계개선과 협력유인강화가 동북아시아 미래의 관건이며 지자체 차원의 대북 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특별강연에서는 이욱 순천대 사학과교수가‘정유재란과 순천, 그리고 귀 무덤’이라는 주제로 순천왜성과 정유재란의 참담한 역사인 귀 무덤에 대한 강의를 펼쳐 순천왜성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허석 순천시장은 “2022년에는 세계 생태경제 이슈를 주도하는‘세계 평화포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허 시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에 걸맞게 생태계 평화관련협력을 통한 인류의 지속가능한 공동번영의 포부도 다졌었다.
순천만 갈대숲에서 가을노래가 들려온다. 어딘가 모를 쓸쓸함과 해맑은 가을노래가 고요하게 들려온다. 코로나19의 영향일까? 아니면 가을타는 사람들의 발길이 고독을 부르는 것일까? 도통 알 수가 없다. 그저 가을노래가 평화의 물결을 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