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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에 뜬 달님에게

밤비 김용수 2022. 9. 19. 08:02

동천에 뜬 달 / 김용수

달빛이 은은하다. 올 한가위 달은 유난히도 크고 둥글었다. 100년 만에 제일 둥근달을 볼 수 있다는 tv방송처럼 올 한가위 달은 아주 둥글고 예쁜 달님으로 두둥실 떠올랐었다. 지난 이야기 같지만 그날 밤 동천 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면서 달맞이를 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달맞이를 나섰던 필자에게도 한가위 달빛은 스며들었다.

한가위 밤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마음을 지녔을까? 저 한가위달빛은 어디까지 비추고 있을까? 흐르는 동천 물속에서도 뜨고 있는 저 달님의 고향은 어디일까? 모두가 부모형제를 찾아서, 반가운 이웃을 찾아서, 고향을 찾아서 풍성하고 따뜻한 한가위명절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저 달님은 그저 밤하늘에 우뚝 떠올라 은은한 빛으로 어둠을 밝히며 서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을까? 별난 생각이 엄습해 왔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았으면”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가난을 끼고 살아왔었던 우리네 미풍양속이 눈에 선했다. 더욱이 ‘보릿고개’를 넘고 넘어 힘들게 살아왔었던 지난 시간들을 송두리째 잊을 수 있는 한가위가 아니었던가. 밝고 둥그런 달빛이 어느 곳이든 평등하게 비추는 밤이면 각종 놀이와 함께 명절의 온정이 전해지지 않았었던가. 별의별 생각들이 교차됐었다.

무엇보다도 달빛 어우러진 한가위 밤은 여인들의 강강술래놀이가 일품이다. 손과 손을 맞잡고 노랫말을 선창하면 ‘강강술래’를 후창으로 따라 부른다. 그리고 둥근 원을 그리며 뛰 놀았던 여인들의 민속놀이다. 그래서 일까? 달이 밝은 밤이면 다수의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강강술래’를 주술처럼 되 뇌이며 밤놀이문화를 동경했었다.

잠시, 강강술래의 유래를 살펴볼까 한다. 4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설은 농경사회시대 파종과 수확시기의 공동체의 정신을 심기 위한 축제에서 행해지던 놀이라고 전해진다. 특히 해안지역 특징인 풍어와 안전에 대한 기원과 겹치면서 지금의 ‘강강술래’ 형태로 발전됐었다고 한다.

게다가 역사적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녀자를 남장시켜 손을 잡고 원을 만들어 ‘강강술래’를 하게 했더니 왜적들이 군사가 많은 것으로 착각하고 달아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민족의 아픔과 상처로 남은 임진왜란 속의 ‘강강술래’는 오늘날의 국민적인 민속놀이로 계승돼야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해남과 진도 완도 등 해안지역은 달 밝은 보름이면 “강강수월래”라는 민속놀이문화를 즐기고 있다. 물론 남도해안지역만의 놀이문화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온 국민의 전통놀이문화로써 계승과 함께 민족정신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 같다.

돌이켜보면 ‘강강술래’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폐회식 공연으로 인해 2009년에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었다. 따라서 민족적 자부심과 함께 긍지를 느끼기도 했었다.

글쎄다. 동천에 뜬 달빛을 바라보노라면 파란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아니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역사책이 넘겨지면서 통한의 슬픈 역사를 연상케도 한다. 달빛에 젖어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일병합 등 국치의 역사는 감출 수 없는 뼈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다시는 그런 역사를 밟아서도 안 되고 남겨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정치판은 정쟁으로만 치닫고 있다.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다. 다시 말해 국가의 안위와 서민들의 삶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정권욕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트집 아닌 트집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의 행보는 국민들의 환심을 떠났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역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아량곳 하지 않는다. 즉, 마이동풍식의 정치행보를 하면서도 국민들에게 한 점, 부끄러움도 모른다는 것이다.

동천에 달이 뜨는 밤이면 생각이 깊어지고 잠이 안 온다는 서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여당의 서민정책 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치솟는 물가와 심화되고 있는 당쟁 등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서민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했다. 그저 답답한 정치행보로 달빛까지 가리는 먹구름이라고 했다.

오늘의 위정자들은 서민들의 삶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할 것 같다. 문제점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동천에 뜬 달 속에는 서민들의 삶이 담겨 있고 국가의 안위까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서민들은 조용하면서도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마냥 위정자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서민들이 그리워하는 위정자는 없을까? 늘 서민들이 떠받드는 위정자는 없을까? 지금의 서민의 삶을 안정시킬 수는 없을까?

“거꾸로 가는 정치판을 비추는 달님이시여! 서민들의 애환을 비춰주는 달님이시여! 서민의 고달픈 삶을 비춰주소서!” 서민들은 오늘밤도 동천에 뜬 달님에게 자신의 고달픔과 국민의 소망을 빌고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