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이야기
제목/순천만 이야기(1)
평사 / 김 용 수
순천만은 질펀한 이야기 거리가 널려 있다. 수많은 생물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펼쳐져 있는가하면 아름다운 경관까지 겹쳐져 오고 가는 길손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수십만 평에 이르는 청색갈대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해 대대포구의 갯벌. 해수로 등은 시인. 소설가. 수필가. 화가. 사진작가들의 작품으로 승화돼 회자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인. 화가. 사진작가들의 작품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창출 돼 순천만의 아름다움과 그 정서를 담으려는 작품 활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달 전이었다. 클라리넷 연주자와 시인 화가 수필가들이 순천만을 찾았다. 그들은 널따랗게 펼쳐진 갯벌위에서 짱둥어 잡는 어부를 지켜보다가 작품으로 승화 시켰다. 시인과 수필가는 글을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며 음악가는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 속에 고운 음색의 클라리넷 소리는 청색갈대와 갯벌 위를 노니는 철새 때를 춤추게 했다. 그날 이름 없는 시인(허울)이 짱둥어를 잡는 어부를 보고 읊조린 한 편의 노래가 생각난다.
“갯벌 바다”
갯벌 바다다.
검붉은 칠면초 뒤로하고
한 칸 낚싯대 바다에 드리운다.
올리면서 치고
당기면서 빼어내니
하늘과 땅이 흔들거린다.
반쯤 찬바구니
잘 못생긴 짱둥어와
질퍽거리는 하루가 섞어댄다.
바닷바람에
묻어나는 담배연기로
그가 묻고 닫는다.
"누가 뻘의 설움을 알어?”
“뻘에서는 내가 최고야!”
거무틱틱 쑤욱 내미는 손
채 가시지 않는 뻘의 부드러움
내 가슴이 흔들거린다.
이처럼 순천만의 저녁풍경은 이름 없는 허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뿐 아니다. “옛날 순천어촌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식 없이 한 마리의 개를 자식 삼아 살고 있었다.
집이 가난하여 할아버지가 가끔 산에서 나무를 해와 먹고 살았는데 할머니는 백내장으로 눈이 보이질 않았다.
이 두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이 없으므로 그 개를 자식 삼아 사랑을 다해서 키웠는데, 키운 지 3년이 되는 어느 날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죽었다.
할아버지가 죽은 다음 날, 그 집의 개가 자기의 밥그릇을 물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밥을 얻어와 맹인 할머니를 먹여 살렸다고 한다.
어쩌면 순천만은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삶의 보금자리 인지도 모른다. 대자연이 주는 환경 속에서 맑은 공기와 오염되지 않는 어패류를 생산해 활력 넘치는 삶의 터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순천만은 청색갈대 소리와 갯벌의 속삭임을 엿 듣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