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집
가마솥 사랑
밤비 김용수
2005. 11. 4. 10:25
제목 / 가마솥 사랑
김 용수
호랑이 꽃발치고 앉은 복호산 끝
해 ‘꼴깍’ 삼켜질, 해거름판에
엄니 치마폭에 따라붙은 햇살이
정재바닥에서 떨어 진다.
파란 심줄 솟아 튀길 그 손길은
부삭 속에 모아진 가리나무 한 주먹에
당 성냥 그어댄다.
햇살이 살아 이글거리는 부삭 속에서
불꼬리 흔들거리고
별빛이 살아 번뜩거리는 정재 밖에서
밤 꼬리 내리운다.
몽골몽골 피어나는 하얀 냉갈은
길 다란 굴뚝타고 하늘로 솟고
허기진 배 냉갈로 채우다 지친 상머슴은
뱃살 움켜잡고 또 움켜잡을 때
시꺼먼 가마솥
보글보글 보르륵 하얀 눈물 넘친다.
하얗게 피어난 밥 꽃은
젊은 날 엄니 손처럼
보송보송한 밥살 드러내고
엄니 얼굴 쳐다본다.
애섪게 우는 해, 서산에 걸리고
육자배기 엄니노래 산마루 넘을 때
오늘도 시꺼먼 가마솥은
엄니사랑 지핀다.
2005년 11월 4일
*냉갈 : 전라도 고흥지역 사투리로 연기를 말함. 부삭 : 아궁이.
정재 : 부엌. 가리나무 : 마른 솔잎 . 당성냥 : 당나라 때 들어 왔다는 각 성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