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앓이로 핀 하양 목련
김 용 수
도심속의 일급수가 흐르는 순천의 옥천. 동천 변을 거닌다.
하양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낭만의 도시! 하늘이 내려준 도시! 순천시의 봄은 하양 목련 꽃처럼 소리 없이 오나 보다.
밤이 되었다. 옥천 변을 거닐다가 하얗게 새하얗게 내미는 하양 목련의 꽃 살에서 젊은 날의 숨겨놓은 이야기가 되살아났다. 아니 가슴앓이로 하얀 밤을 보내야했던 봄날이 얄밉기만 했다.
어쩌면 순천의 하양 목련은 청순한 소녀를 연상케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인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순천여인들의 아름다움과 산 좋고 물 좋아 삼포를 갖추고 있어 시인 묵객들이 자주 찾음은 물론 지인들의 왕래가 자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제부터서인가 목련이 피는 시기만 되면, 가슴앓이를 하던 시민들이 하양 목련의 숭고한 정신에 사로 잡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옥천. 동천. 변을 거닌다고 한다.
자연사랑과 우애. 이루지 못한 사랑의 꽃말을 지닌 목련은 백목련과 자목련이 있는데 백목련은 하늘나라 공주의 넋이고 자목련은 바다지기 아내의 넋으로 전해지고 있다.
꽃말의 전설을 상기해 보면 하늘나라에 재색을 겸비한 공주가 살고 있었다. 얼굴이 백옥 같고, 재주가 많고, 게다가 마음씨까지 고운 공주를 수많은 귀공자들이 짝사랑했다. 옥황상제는 그 중에서 한 청년을 골라 공주의 배필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주는 웬일인지 북쪽의 바다지기만을 연모하는 것이었다. 공주는 몰래 궁궐을 빠져 나와 물어물어 북쪽 나라로 향했다. 힘겹게 찾아온 북쪽 바다 지기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너무나 실망한 공주는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도, 바다지기 없이 살아갈 자신도 없었다. 공주는 바닷물에 몸을 던져 버리고 말았다. 공주를 가엾게 여긴 바다의 신은 그녀의 시신을 건져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 주고, 자기의 아내에게 독약을 먹여 죽게 한 후 공주의 무덤 옆에 나란히 묻어 주었다. 하늘나라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옥황상제는 가엾은 두 여인의 무덤에 꽃이 피어나게 했다. 공주의 무덤에는 백목련이, 바다의 신의 아내의 무덤에는 자목련이 피어났다. 백목련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공주의 넋이라 하여 지금도 [공주의 꽃 ]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목련은 숭고한 정신과 자연사랑. 우애. 이루지 못한 사랑의 꽃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필자도 하양 목련 꽃 살이 내미는 어둠 깔린 옥천. 동천 변을 걸어 보았다. 떠오른 시상을 노래해 본다.
하양 목련 가지마다
청순한 소녀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하얗게 새하얗게
함박웃음 머금다가
깔깔깔 웃는 그 모습에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아들도
도톰한 하양 꽃 살 지켜본다.
우유 빛으로 다가온 그 살결
눈으로 보듬고
입으로 문지르다가
뽀드득 소리 귓바퀴를 타고 돈다.
어제 밤 동천을 걸었다.
담벼락 위로 뻗어있는 목련가지엔
피다만 꽃송이들
녹슬어 빛바래고
꽃샘추위 칼바람에 맞서는
할머니도 어머니도 소녀도
푸르른 달빛 온몸으로 받는다.
하양 목련 꽃 이파리 떨구던 날
그 꽃잎 살마다
부드럽고 촉촉한
소녀살결로 되살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