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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성 도깨비

밤비 김용수 2006. 5. 5. 09:37
 

 

            김 용 수


보인다. 들린다. 말한다.

솜씨 있고 맵시 있는

낙안성 도깨비들이

보인다. 보여!

둘러싸인 성곽 따라

지킴이로 손짓하는

투구 쓰고 갑옷 입은

포졸 도깨비 행렬이

들린다. 들려!

문밖에서 깡통 들고

장단 치며 타령하는

각설이 도깨비 소리가

말한다. 말해!

삼 대문을 드나들며

잃은 풍물 주워 꿰는

먹물번진 도깨비 눈들이

날개로 지붕 엮은 초가집 둘러보고

저 홀로 세월 삼킨 은행나무 쳐다보며

“야! 우리네 옛것이 복덩이 도개비로...”

보인다. 들린다. 말한다.

눈 걸이, 귀 걸이, 입 걸이 된

낙안성 도깨비들은

오늘도, 복 고을 찾는 민초들에게

복 담아 주려고

정 담아 주려고

복덩이 퍼 나르고 있다.


*2006년 5월1일 낙안성 초가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