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자체장에게 띄우는 연서
김 용 수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별난 흔적들이 나뒹굴고 있다. 그 흔적 속에는 희비로 엇갈린 멍울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아픔까지도 동반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5.31 지자체선거는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보다도 더 많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예부터 ‘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풍토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승자의 주위에는 그 이상의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 환희의 웃음소리가 멈출 줄 모르고, 패자의 주위에는 슬픔과 아픔을 수반한 비애만이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할 것이다.
어쩌면 정치판에서의 승자와 패자의 엇갈린 명암은 당연지사로 생각되어 질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매정한 것 같다.
당선자의 캠프에서 당선자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참모들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의 축하분위기는 벌써부터 별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반면 뜻을 이루지 못한 낙선자들의 캠프는 눈물과 아픔이 버물어진 비애의 덩이들로 썰렁하다 못해 침통한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선자들의 고 자세와 강한 목소리들이 들려옴은 물론 공직자의 줄서기까지 시작되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언제나 선거가 끝나면 무성한 말들이 떠도는 현 사회 풍토라지만 이번 선거의 후유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중산층이 없어진 현 사회 분위기속에서 빈부의 양극화는 여실히 드러나고, 골 깊은 지역감정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열린 우리당의 참패가 안겨준 정치권의 후 폭풍은 예기치 못한 파장으로 치닫고 있다할 것이다.
게다가 사회전반에서 나타난 반목현상과 갈등은 적을 대하듯 흑백논리로 가르마를 타려 하고 이기심이 팽배한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가 형성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세태의 흐름 속에서 새로 당선된 당선자들에게 들려주고픈 철학이 떠올랐다. 그것은 노자의“물의 철학”이다.
인용해 보면 “첫째, 물은 자신을 낮춤으로써 올라가지 않는 곳이 없고 내려가지 않는 곳이 없다. 즉 무소불위한 능력을 지닌다. 둘째, 암석을 만나면 자신을 낮춤으로써 암석과 다투지 않고 암석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물은 다투지 않는다. 셋째,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자체가 생명이다. 넷째, 물은 언제나 수평을 이루는 것으로 본성을 삼는다. 다섯째, 물은 언제나 때가 되면 움직인다. 즉 여름에 넘치면 홍수가 나고 겨울에 오면 눈이 되어 세상을 덮는다. 여섯째, 물은 모가 나지 않아 무형무색무취다. 일곱째, 물은 만물을 비추어 내는 거울과 같다. 여덟째, 물은 불을 제어한다. 아홉째, 물은 대지를 적셔 풍요한 생산을 낳는다.” 특히 노자는 수백 개의 계곡 물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낮은 위치에 강과 바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했다.
이처럼 노자의 물의 철학은 위정자들에게 있어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정언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5.31지자체 당선자들은 ‘물의 철학’과 노자사상을 가슴깊이 새기며 염두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당선자들은 양극화를 빚은 세태 속에서 당선자의 주변을 맴돌며 눈도장을 찍으려는 아첨 공무원들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낙선자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서민들의 아픔을 껴안아 줄 수 있는 당선자이기를 바라면서 이 연서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