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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지우개

밤비 김용수 2007. 3. 14. 20:30
 

   김 용 수


  애설픈 삶을 지울 수 있는

  하얀 지우개가 필요하다.


  잊혀지지도 않고

  지워지지도 않는

  시꺼멓게 멍이든 뭇 사연들이

  세월 언저리에 널브러져 있다.


  서글픈 하루는 청색 글씨로

  외로운 하루는 갈색 글씨로

  쓸쓸한 하루는 갯벌 글씨로

  따뜻한 하루는 황토 글씨로

  답답한 하루는 까만 글씨로

  어렵사리 쓰여 지고 있다.


  자꾸자꾸만 때 묻어간 세월 길에서

  순간순간을 접어둔

  추억갈피도

  쓰라린 기억도 지워야만 한다


  지나온 삶

  그늘 속에 쓰여 진 애설픈 삶을

  하얗고도 하얀 지우개로 지워야 한다


  오늘은 문방구에 들려 하얀 지우개를 샀다

  꾹꾹 눌러 지워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