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
한가위달이 뜨는 낙안성에는
들뜬 마음의 여인네들이
성곽을 밟다가
그네를 타다가
달마중을 나가고 있다
한가위 보름달은
오봉산 등허리를
슬슬 기어오르다가
낙안성 동네어귀 쳐다보다가
은행나무 뜨락에서 숨바꼭질하잖다
술래가 된 달님이는
붉디붉은 얼굴로
당산나무 뒤로 숨고
은행나무 돛대 가로 숨고
동네 샘가로 숨은
철수. 영희 바둑이를 찾다가
낙안성 돌담에 부닥치다가
연못 속에 숨어있는 잉어 떼 내몰고
연잎에 졸고 있는 청개구리 비친다
한가위달이 뜨는 낙안성에는
하얗고도 새하얀 달빛 망을 쓴
낮도깨비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