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 / 김 용 수
하얗게 뒤덮는 새벽안개는
낙안성곽 길을 오르내리다
얼굴 없는 안개 도채비로
돌담길을 누비고 있다
안개 솜 내리깔고
온 세상 가리며 흐물거리다가
슬슬 풀리는 몸통을 성문에 기대고
누르스름한 초가지붕을 스르르 오르고
몽글몽글 피어나는
굴뚝 냉갈 만나서 몸을 섞는다
“초록은 동색”인 듯
냉갈 도채비는 안개 도채비로
안개 도채비는 냉갈 도채비로
서로서로 뒤 엉키다가
얼굴 없는 안개 도채비로
눈가림을 배우고 가까움을 익힌다
얼굴 없는 안개 도채비는
멀고도 가까운 길을
희뿌연 뿔로 더듬거리고
낮은 몸체로 나뒹굴며
아침을 나르고 있다
2008년 1월 8일
*도채비=도깨비의 전라도 사투리. 냉갈=연기의 전라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