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얼굴 없는 안개 도채비

밤비 김용수 2008. 1. 10. 18:50
 

 

  멍석 / 김 용 수


  하얗게 뒤덮는 새벽안개는

  낙안성곽 길을 오르내리다

  얼굴 없는 안개 도채비로

  돌담길을 누비고 있다

  

  안개 솜 내리깔고

  온 세상 가리며 흐물거리다가    

  슬슬 풀리는 몸통을 성문에 기대고

  누르스름한 초가지붕을 스르르 오르고

  몽글몽글 피어나는

  굴뚝 냉갈 만나서 몸을 섞는다


  “초록은 동색”인 듯

  냉갈 도채비는 안개 도채비로

  안개 도채비는 냉갈 도채비로

  서로서로 뒤 엉키다가

  얼굴 없는 안개 도채비로

  눈가림을 배우고 가까움을 익힌다


  얼굴 없는 안개 도채비는

  멀고도 가까운 길을

  희뿌연 뿔로 더듬거리고

  낮은 몸체로 나뒹굴며

  아침을 나르고 있다


  2008년 1월 8일

  *도채비=도깨비의 전라도 사투리. 냉갈=연기의 전라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