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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얀 지우개

밤비 김용수 2008. 2. 1. 17:38
김 용 수




애설픈 삶을 지울 수 있는

하얀 지우개가 필요하다.




잊혀지지도 않고

지워지지도 않는

시꺼멓게 멍이든 뭇 사연들이

세월 언저리에 널브러져 있다.




서글픈 하루는 청색 글씨로

외로운 하루는 갈색 글씨로

쓸쓸한 하루는 갯벌 글씨로

따뜻한 하루는 황토 글씨로

답답한 하루는 까만 글씨로

어렵사리 쓰여 지고 있다.




자꾸자꾸만 때 묻어간 세월 길에서

순간순간을 접어둔

추억갈피도

쓰라린 기억도 지워야만 한다




지나온 삶

그늘 속에 쓰여 진 애설픈 삶을

하얗고도 하얀 지우개로 지워야 한다




오늘은 문방구에 들려 하얀 지우개를 샀다

꾹꾹 눌러 지워 보련다
출처 : 순천강남문학회
글쓴이 : 밤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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