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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떠나는 양귀 형님

밤비 김용수 2008. 6. 22. 17:51

 

  (축시)

 

  양귀 형님의 정년퇴임에 부쳐

  

  언제나 양 귀를 열어두고

  귀담아듣기를 좋아했던 양귀 형님!

 

  국세청 둥지에서 또아리를 틀고

  1 2 3 4 5 6 7 8 9 0을 얼마나 썼을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을

  얼마나 되뇌었을까

 

  아라비아 숫자놀음에 취하고 소리글자 리듬에 맞추어

  더하기도 빼기도 곱하기도 나누기도 골고루 셈하던

  국세청 둥지, 순천세무서는

  정겨운 일터로

  잊지 못할 둥지로

  손과 발을 포개었고 가슴과 마음을 열게 했습니다.

  

  양귀 형님!

  그토록 끈끈하게 맺은 정을 무엇으로 끊을 수 있을까요

  유월 장대비로 두들기고 천둥번개로 끊을 수 있을까요

 

  이제는 떠나야할 시간 앞에서

  또 다른 삶을 파랗게 푸르게 그려도 보고

  머리속에서 노니는 숫자를

  가슴속에서 머무는 숫자를

  뉘였다가 일으키고

  넘어뜨렸다가 바로세우며

  정든 둥지, 정이든 또아리를

  만지작 거리겠지요

 

  1자에는 일터서 맺은 정을

  2자에는 이쁨을 일군 땀을

  3자에는 삼신을 비는 꿈을

  4자에는 사랑을 주는 약을

  5자에는 오만을 비는 추를

  6자에는 육신을 씻는 물을

  7자에는 칠석을 맞는 맘을

  8자에는 팔자를 고친 상을

  9자에는 구슬을 꿰는 손을

  0자에는 영혼을 사는 눈을

  아라비아 숫자로 매만지다가

  뜻글자 소리글자로 되 뇌이다가

  끊이지 않는 숫자놀이로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헤아리며

  술래가 되겠지요

  

  또아리 떠나는 양귀 형님!

  

  언제나 양 귀 열어두고

  귀담아들은 좋은 말만 깊이깊이 새기어

  언제나 웃고 웃는 시간 속에서

  또 다른 둥지의 똬리를 트세요

   

  2008년 6월 27일      

  동생 김 용 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