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지리산 피아골소리

밤비 김용수 2008. 11. 10. 17:39

지리산 피아골소리

김 용 수

 

햇살이 찾아든 지리산 피아골은 온통 불바다다

 

햇빛 빨아들인 이파리는

붉다 못해 주홍빛을 토해내고

마지막 남은 정열을 모아 태우고 있다

연두색 실눈 뜰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큰이파리로 불씨를 던져댄다

 

타오르는 불길

산자락마다 옮겨 붙다가

포개진 산등성이까지 내리 타다가

계곡으로 땅으로 제 갈길 찾는 단풍잎은

피아골이 아파하는 소리도

지리산이 신음하는 소리도

물과 숲의 흐느낌 소리도

햇빛과 달빛의 시샘하는 소리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정담으로 듣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소리는

노자의 자연소리로

공자의 인본소리로 부채질하고

길게 드리운 해 꼬리를 붙잡고 있다.

 

* 2008년 11월 9일 지리산 피아골 삼홍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