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피아골소리
김 용 수
햇살이 찾아든 지리산 피아골은 온통 불바다다
햇빛 빨아들인 이파리는
붉다 못해 주홍빛을 토해내고
마지막 남은 정열을 모아 태우고 있다
연두색 실눈 뜰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큰이파리로 불씨를 던져댄다
타오르는 불길
산자락마다 옮겨 붙다가
포개진 산등성이까지 내리 타다가
계곡으로 땅으로 제 갈길 찾는 단풍잎은
피아골이 아파하는 소리도
지리산이 신음하는 소리도
물과 숲의 흐느낌 소리도
햇빛과 달빛의 시샘하는 소리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정담으로 듣고 있다
지리산 피아골소리는
노자의 자연소리로
공자의 인본소리로 부채질하고
길게 드리운 해 꼬리를 붙잡고 있다.
* 2008년 11월 9일 지리산 피아골 삼홍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