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김 용 수
지리산 등산길을 사람냄새 나는 정든 사람끼리
조잘대며 걷노라니 세월 이기지 못해서 쓰러진
썩은 구상나무 큰 덩치가 가는 길 가로 막는다
누워있는 원목 끝에 제멋대로 자리한
잔가지하나 분질러 짚은 지팡이 따라
더듬더듬 계절을 헤치며
풀밭 가로 피어 있는 야생화 만나서 정담을 나누고
저벅저벅 연륜을 그으며
돌밭 위로 솟아 오른 큰 바위 딛고서 정기도 받고
토박투박 흙길을 걸으며
황토 속에 끼어 있는 무생물 뽑아서 진기도 먹고
지리산 새소리로 재잘대다가
피아골 물소리로 노래하다가
직전 바람소리에 떨어진 새빨간 단풍잎 밟는다
어설픈 이야기를 정담으로
물오른 판소리를 득음으로
새로운 동화책을 한 문장으로 새긴
구상나무는 가지하나라도 내밀어
이기지 못한 세월을 또다시 거슬러서
하늘로 띄우다가 땅으로 묻다가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 지팡이로
참살이길 함께 가는 손발이 되고 있다
2009년 10월 26일 지리산 피아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