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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주년 세종대왕 동상을 생각하며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5. 10. 8. 10:55


세종대왕 동상에 밤비가 내린다
있어달라는 이슬비도
가달라는 가랑비도 아닌
한글날 565돌을 앞둔
세찬 가을비가 내린다
동상의 적막을 깨는 빗소리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마음을 출렁이며 가슴을 후벼 판다
살을 섞은 사람도 피를 나눈 형제도
모두가 삶속에 묻혀 있는 밤
동상위에 쏟아지는 밤비만이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고
한글로 세상을 널리 널리,세상을 이롭게 하라고
한글을 세계 문화강국으로 만들어라고
하나하나 꼬집어서 밤비처럼 젖어 온다
한글처럼 자랑스러운 옛 사람의 말씀이
까만 밤빛을 타고 가을비로 내린다
밤비는 세종대왕 동상을 적시다가
가슴 속 밑바닥에 고여 있는 고운 정을
멀고도 가까운 가깝고도 머나먼
나라사랑하는 열정을 지펴주고 있다
(세종대왕 동상에 밤비는 내리고 전문)


4년 전이다. 이 시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필자가 쓴 졸작이다. 그날 세종대왕 동상을 바라보며 이 시를 낭송했던 기억이 새롭다.


사례 깊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시낭송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앞섰다. 하지만 어쩌랴. 평소에 지니고 있던 한글날의 감정이입을 솔직담백하게 전달한다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안겠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시낭송을 했었다.


수많은 청중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더러는 “한 번 더” 라는 소리를 외쳐대며 재 낭송을 원하는 청중도 있었다. 순간 필자의 뇌리를 스치는 낱말이 있었다.


“외래어 범람과 한글사랑”이라는 낱말이었다. 그렇다. 겉으로만 한글사랑이지, 속으로는 한글박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껏 한글날만 되면 한글날의 의미와 뜻 그리고 우수성 등을 운운할 뿐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서울시 거리에 나붙어 있는 간판들 절반이상은 외래어다. 어찌 서글프지 않으랴!  


참으로 낯부끄러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물론 상술측면에서 분석해보면 어쩔 수 없는 논리를 들이대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이뿐 아니다. 식자층들의 대화 가운데 외래어 범람은 더욱 심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외래어가 자신들의 인격을 한 차원 올려주는 대화법을 지닌 성 싶다. 평상시 사용하지 안 해도 될 외래어를 굳이 사용하면서 우월감을 갖는다. 그들은 한글날에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일까. 요즘 대학생들의 대화가 심상치 않다. 외래어를 섞어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은어와 속어, 그리고 욕설까지 섞는 말들이 범람하고 있다. 아마도 그 연유는 대학교수들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교수라는 완장, 그 직함을 내세우기 위한 과시욕인지 제자인 학생들까지 전염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글날의 뜻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심어주고, 한글의 우수성을 논하는 사고력도 길러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상기해보자. 1926년 음력 9월 29일로 지정된 '가갸날'이 한글날의 시초다. 1928년 '한글날'로 개칭돼 광복 후 양력 10월 9일로 확정됐다. 게다가 2006년부터 국경일로 지정됐다. 또 세종어제(世宗御製) 서문(序文)과 한글의 제작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訓民正音)』은 국보 제70호로 지정돼 있으며, 이것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록됐다.


오늘은 한글날이다. 우리의 얼과 혼을 살아나는 뜻 깊은 날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곧 오늘의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따라서 한글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주도해 창의적으로 만든 문자이다.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세계 문자 역사상 그 짝을 찾을 수가 없다. 한글만큼 우수한 문자가 또 없다는 것을 세계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한글의 창제로 인해 우리의 뜻을 자유자제로 표현을 할 수 있게 됐고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문화, 경제, 정치 등 각 분야에 걸친 발전을 이루어 세계 유수한 나라들과 어깨를 겨루게 됐다. 한글날은 이러한 한글의 창제와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공로를 기리는 날이다. 언제나 한글사랑에 앞장서는 한국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