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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문화읍성의 달빛야행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6. 8. 17. 10:04

‘달빛야행’은 밤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낱말인지도 모른다. 옛 선비들은 은은하고 교교한 그 달빛 아래서 낭만을 즐겼다. 달빛이 흐르는 정자나 마루에 앉아 시와 서예 비롯해 희, 노, 애, 락 등 정사까지 논했다고 전한다.

 

“달빛야행”이라는 순천시의 행사명은 한마디로 굿이다. 순천부읍성 곳곳을 달빛 나들이로 즐긴다는 것은 아마도 최상의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특히 관광객과 외부인들은 우리전통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일 것이다.

 

예부터 달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은근히 움직인다고 했다. 젊은 시절의 사랑이야기는 뒤로하더라도 인생전반에 걸친 설레임은 변함이 없다. 더욱이 명소를 찾는 여행이나 나들이를 곁들인 달빛은 분위기를 띄우는 대자연의 효소가 아닐 수 없다.

 

전남도 순천시 원도심의 문화의거리를 걸어보자. 그곳에는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유서 깊은 골목길과 돌담길이 소롯하게 펼쳐진다. 소담스런 문화의 거리를 따라 향교와 옥천서원의 골목길을 지나 매산학교 돌담길에는 순천의 오랜 역사가 새겨져 있다.

 

상기해 보자. 옥 같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옥천 변에 자리한 옥천서원은 조선 연산군 4년, 무오사화 때 희생된 한훤당 김굉필(1454∼1504)을 추모하는 서원으로 1594년에 세운 전라도 지역 최초의 서원이다.

 

김굉필은 조선 전기의 학자로 어려서부터 김종직에게 학문을 배웠다. 후일 五賢(이언적, 정여창, 조광조, 퇴계, 김굉필) 한 사람으로 불렸으며, 죽은 뒤에는 조선 우의정의 직함을 받기도 했다. 전라남도 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옥천서원은 학문을 연구하고 선현의 제사를 위하는 조선시대 사설교육기관이다. 건물로는 경현문과 집의당, 내삼문, 옥천사가 있다. 또 뜰에는 옥천서원 묘정비가 있다.

 

옥천서원 임청대는 항상 마음을 깨끗하게 가져 라는 뜻으로 1498년(연산군 4) 무오사화 때 김굉필(金宏弼)과 조위(曺偉)가 이곳 승평(순천의 옛 이름)으로 유배되어 귀양살이하던 중 옥천서원 근방의 계곡을 벗 삼아 소일하면서 이곳을 임청대라 한 데서 비롯됐다.

 

어쩌면 달빛은 우리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묘약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고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청초롬한 달빛, 푸르스름한 달빛 아래서 보내는 시간들은 깨끗하고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렇다. 예부터 순천은 청렴성과 교육성을 중시하는 도시였었다. 고려시대 때 최석 부사의 팔마이야기를 시작으로 조위의 임청대에 얽힌 사연들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게다가 사설교육기관인 옥천서원과 공설교육기관인 향교가 원 도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동화 속에서도 무수한 달과의 이야기가 숨어있고 무수한 철학이 담겨 있는 교육력이 엿보인다. 아마도 우리의 인간사에서 달과 연관된 사연과 그에 따른 교육문화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우리네 선조들은 달 밝은 밤이면 달하고 노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그리고 달에서 얻은 교훈과 달에서 받은 영향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었다. 특히 달과 연관된 달력을 사용하므로 달과의 연은 끊을 수 없었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일 년의 절기를 음력으로 세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2일에 개막된 순천원도심문화의거리 “달빛야행”은 참으로 잘 한 일이다. 달빛아래 도심 곳곳을 걸으면서 천년 역사와 흔적을 보고 즐기는 시간들이었다.

 

이날 달빛투어는 팔마비에서 순천문화부읍성 설명을 시작으로 행동 푸조나무 아래 퍼포먼스, 문화의 거리 공방투어, 순천향교, 옥천서원, 매산등 일원인 기독교역사 박물관, 프레스톤 가옥, 매산관에서 역사체험, 공연관람 등을 실시했었다.

 

이날 이 자리에는 이정현 국회의원과 나선화 문화재청장 그리고 조충훈 순천시장이 참석해 ‘달빛야행’의 현장 곳곳을 두루 살폈다.

 

순천부읍성의 “달빛야행”이라는 제명하에 필자의 졸시를 떠올려 본다.

 

이 봐!

시월 보름이래.

저~ 달 조금 봐봐!

지난 그믐 밤

송 시인이 깨뜨린

접시조각 하나가

하늘 떠다니다가

어둠 먹고 자라서

보름달이 되었다나?

먹 거울 바라보고 미소 띠며

시월바다에 뜨고 있잖아

야윈 얼굴

다소곳이 내밀고

후미진 밤바다 떠돌잖아

비바람 몰아치고 먹구름 낄수록

바닷물 마시고 어둠 곱씹은

깨진 접시하나

검푸른 시월바다

보름달로 뜨고 있나봐 (깨진 접시 하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