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목서가 피었다. 조롱조롱 하얗게 맺혀있는 그 자태, 그 향기가 청암 캠퍼스를 휘감고 있다. 본관을 중심으로 교정 곳곳에 피어나는 동목서가‘백의의 천사’처럼 깨끗하고 청초롬하다.
청암대학의 이미지일까? 청암대학의 꽃일까? 찬바람이 불어오는 11월 초부터 눈 내리는 12월까지 피고 지는 동목서는 꼭 간호사의 길과 흡사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에서도 추위에 맞서며 겨울에야 꽃을 피워야 하는 그 삶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간호사의 길은 사계 중에서도 겨울의 길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찬바람을 이겨내야 하고 강추위를 견뎌야 하는 척박한 길이다. 다시 말해 병든 사람을 간호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백의의 천사”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용어자체가 봉사와 희생이 뒤 따른다. 간호사의 길,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가치관이 형성되어야만 그 길을 걸을 수가 있다.
1893년에 만들어진 간호사로서의 윤리와 간호원칙을 상기해 보자. 그들은 선서식 때 손에 촛불을 든 채 하얀 가운을 착용한다. 촛불은 주변을 비추는 봉사와 희생정신을, 흰색 가운은 이웃을 따스하게 돌보는 간호정신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선서식에서“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나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 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라고 맹세를 한다.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간호사가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평생을 아프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았다. 포화가 쏟아지는 전쟁터로 달려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병사들을 살려 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병자들을 위해 헌신했다.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애썼던 나이팅게일의 삶을 통해 사랑과 봉사가 무엇인지, 베푸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연스럽게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저런 생각들이 엄습해 오는 아침이다. 출근길에서 바라본 동목서, 그 하얀 꽃이 앙증스럽고 청순하기 그지없다. 푸르고 빳빳한 이파리 사이사이로 방긋방긋 피어나는 그 자태는 청암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간호학과 학생들처럼 싱그럽다.
장차 백의의 천사들이 될 청암대학 간호학과 학생들의 일면을 살펴보자. 첫째, 캠퍼스에 들어서면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싱글벙글이다. 둘째, 인사성이 밝다. 셋째,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넷째, 사색을 즐긴다. 다섯째, 친구들과 잘 어울린다. 여섯째,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도서관 활용을 잘하고 있다. 도서관에 비치된 고전서적에서부터 어려운 의학서적에 이르기까지 열람하고 대출해 간다. 그리고 독후감을 써내는 습성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이었다. 한 시민의 입원치료 중에 있었던 일화를 듣게 됐다. 그 시민은 자신을 간호했던 모 간호사의
친절성과 인사성에 감탄했다고 한다. 너무너무 친절하고 인사성이 밝아서 자신의 며느리를 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피력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심장질환과 허리통증으로 입원 중에 있는 자신에게 식사에서부터 잡심부름까지 헌신적으로 간호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항시, 밝게 웃으면서“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지요?”라고 물으면서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녀는 언제나‘건강 하십시오. 빨리 쾌차하여 퇴원하십시오.’라는 언행으로 환자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뒤늦게 알아보았더니 그녀가 공부했던 캠퍼스는 청암대학 간호학과였다고 한다. 동목서가 피고 있는 캠퍼스에서 간호학을 연마했던 그녀였기에 더욱 고운심성이 길러졌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은 주변 환경에 따라서 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언행도 달라진다고 한다. 아무래도 동목서가 피고 있는 정서적인 분위기에서 간호학을 공부한 학생들의 인성이 곱지 않을까 싶다.
청암대학교 본관건물 사이사이로 하얀 동목서가 피고 있다. 청순한 간호학과 학생들이 여유를 갖고 도서관을 찾는다. 무거운 의학서적을 옆에 끼고 종종걸음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