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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는 비조다/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6. 11. 24. 11:14

 

까만 도로가 얼었다
보이지 않는 빙판이다
머릿속에는 
조심 조심이라는 단어가 기어 다닌다
빙판도로를 얼마나 갔을까
조심이라는 단어가 숨어 버렸고
빙판도로도 까먹었다
허리와 다리를 다쳤다
병원에서 티브이를 켰다
빙판위에서 펼쳐진 피겨스케이팅대회다
직면의 딱딱함을 미끄럼으로 승화시키고
곡면의 부드러움을 온몸으로 미화시킨다
간혹 고단위 기술을 시도하다
휘청대고 넘어지는 선수도 있지만
평범한 빙판을 걷다가 넘어지는 선수는 없다
한국선수 김연아가 출전 한다
피겨의 여왕답게
피겨의 여신답게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아차! 실수다
고단위 회전연출을 연이어 하다가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래도 한 마리 백조 같고 한 송이 백합꽃이다
실수를 만회하려는 그녀의 몸동작은 비조다
그녀는 
빙판에서 살았다
비조처럼 날았다 (필자의 “비조” 전문)

 

얼음이 얼었다. 꽁꽁 얼어붙은 날씨 탓인지, 모두가 움츠리는 모습들이다.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피겨여왕 김연아’가 생각난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명예를 지구촌 곳곳에 알리는 우리들의 스포츠 영웅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대통령 탄핵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지금, 명예스러운 김연아의 이름이 정가를 비롯해 사회전반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그녀는 스포츠영웅답게 모든 면에서도 의연했다.    

 

특히 '2016 스포츠영웅'에 이름을 올린 후, 자신을 둘러싼‘늘품체조’관련 논란에 대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자신은 늘품체조 시연회에 대해서“그런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며“에이전시 회사에서 일정을 정한 것이라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광복절 행사에서 대통령의 손을 뿌리친 것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도“제가 서 있던 위치가 원래 제자리가 아니었고 분위기가 워낙 우왕좌왕했다.”며“제가 아무리 버릇이 없다고 해도 대통령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생방송인데다 라인도 잘 맞지 않고 어수선했다”며“영상만 본다면 오해를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뿌리친 기억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와 위정자들은 국위선양을 한 스타들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활용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는 우리나라스포츠 스타들의 활동상을 자신의 정치무대로 끌어 들이는 양상이다. 자칫 구설수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한편 구동회 대표는“실체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다. 김연아를 둘러싼 확대재생산으로 본질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것 역시 김연아도 원치 않는 일”이라며 김연아에게 필요 이상으로 대중의 관심이 쏟아지는 것을 경계했다.

 

어쩌면 구대표의 말이 옳은지도 모른다. 김연아는 물론 스포츠스타들을 둘러싼 확대재생산으로 본질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적 이용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묘한 권모술수의 국정농단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스포츠 영웅'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김연아의 활동상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녀가 걸어온 발자취는 온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어느 누가 뭐래도 그녀의 활동상에는“대한민국을 빛낸 소녀상”으로 각인되고 있을 것이다.  

지난 23일, 그녀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스포츠 전설이 됐다.'스포츠 영웅'은 대한체육회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며 명예와 자긍심을 고취한 체육인을 국가적 자산으로 예우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진행해 온 것이다.

 

마라톤의 손기정과 서윤복, 역도의 김성집, 레슬링의 장찬선과 양정모, 농구의 박신자 등 8명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 돼 있다.

 

김연아는 지난해 최종 12명 후보에 선정되면서 인터넷 팬 투표에서 80% 넘는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으로 1위를 했다. 하지만 갑자기 바뀐 대한체육회의 나이 선발기준으로 인해 끝내 선정되지 못한 바 있다. 이후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올해부터 나이 제한을 다시 없앴고, 김연아가 최종 선정됐다.

 

축하의 뜻에서 2013년 1월에 썼던 필자의“비조”라는 시를 게재해본다. 빙판길에서 살아온 그녀의 시간이 다시 새롭다. 엉덩방아를 찧어도 좋다. 그래도 한 마리 백조 같고 한 송이 백합꽃이다. 실수를 만회하려는 그녀의 몸동작은 비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