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낙안성 초가지붕에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추녀 끝 짚시락 물로
수직선을 긋다가
수평선을 긋는다
어느 듯
하늘고향을 잃은 빗방울은
옆으로 모아지고
밑으로 모두어서
이정표 없는 곳
낮은 곳만을 찾아드는
유랑시를 쓰고 있다
고랑과 도랑을 헤매고
계곡과 골짜기를 훑고
개천과 강을 쏘다니다
바다로 흐르는 빗방울들
모닥이는 소리 들린다
한 방울
두 방울 큰 방울로
고향 찾는 빗방울은
하늘땅을 오르내리다가
낙안성 초가지붕
짚시락을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