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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시락 물

밤비 김용수 2006. 7. 4. 14:37
 

 

김 용 수


낙안성 초가지붕에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은

추녀 끝 짚시락 물로

수직선을 긋다가

수평선을 긋는다


어느 듯

하늘고향을 잃은 빗방울은

옆으로 모아지고

밑으로 모두어서

이정표 없는 곳

낮은 곳만을 찾아드는

유랑시를 쓰고 있다


고랑과 도랑을 헤매고

계곡과 골짜기를 훑고

개천과 강을 쏘다니다

바다로 흐르는 빗방울들

모닥이는 소리 들린다


한 방울

두 방울 큰 방울로

고향 찾는 빗방울은

하늘땅을 오르내리다가

낙안성 초가지붕

짚시락을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