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슬라브족 여인네가 버티고선
자작나무 숲에는 러시아가 있다.
자작나무 하얀 피부는
비바람, 눈보라가 스쳐가다 미끄러지고
자작나무 갈색 피부는
늙은 엄마 한숨으로 옹이마다 한 서려있다.
죽어가는 자작나무 토막에서
슬라브족 여인네의 넋이 검은 돌기로 피어난다.
북풍 막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은
하양눈꽃 피우는 아니마로 버텨서고
남풍 막는 모스크바 자작나무 숲은
하양몸매 가꾸는 아니무스로 버티어 선다.
언제나
그 하얀 피부로
하얀 눈보라 지켜보는 날은
별난 꽃, 눈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