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 별 집

눈을 떠보니

밤비 김용수 2008. 9. 25. 07:57

평사 / 김 용 수

 

눈을 떠보니

가을비에 젖은 나로도 바다가 물거울로 비쳐오고

황토밭에 심어놓은 밭작물이 성큼성큼 다가 선다

 

눈을 돌려보니

여름을 붙잡지 못한 늦더위가 엉덩이를 까발리다가

떼지 못한 발길을 옆으로 뒤로 헛걸음질 치고 있다

 

눈을 감아보니

허리춤에 감춰두었던 밤의 불청객이 살포시 고개 들다가

가슴팍에 죽어있었던 낮의 방문객이 허겁지겁 도망 친다

 

눈을 굴려보니

나로도 바다, 끄트머리로 낮고 낮은 마음이 나뒹굴다가

질펀한 갯벌 밭, 파고 뒤집는 아낙 삶이 꾸려지고 있다

 

눈을 떠보니

계절 등에 업힌 채 떠밀리는 늦더위가 발버둥치고

“뒷골여시가 돌보는 삶” 그 삶은 눈을 뜨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다”는 그 삶 앞에서

또 다른 눈을 뜨고 있다.

 

* 2008년 9월 20일 나로도 봉영마을 지.아.웅(은지. 은아. 일웅이라는 지인의 자녀이름)의 집필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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