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농부의 주름살을 그려본다
농심의 밑바닥에 깔린 농사일이
농부의 언저리를 휘감는 근심이
가을들녘에서 고향들판으로 내몰고 있다
연두 빛 물결 속에서
누르스름하게 익어가는 벼이삭은
세월을 추스르며 농부의 주름살을 펴고 있다
입가의 주름살에서 모판이 만들어지고
이마의 주름살에서 모내기 모심기를 하고
목줄기 주름살에서 벼베기 벼타작을 하는
농부에 주름살 그림이
구리 빛 굵게 패인 골마다 울음이 베어나고
잔주름 얕게 그어진 살갗마다 웃음이 묻어나고
삼베홑바지에서 잠방이까지 짠물로 절여있는
농심에 주름살 그림이
가을 들녘으로
고향 들판으로
2009년 9월 25일 낙안 들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