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별 집

선비정신이 그립다

밤비 김용수 2010. 1. 27. 16:04

선비정신이 그립다

김 용 수 시인

 

“하늘아래 두려운 것은/오직 지조와 백성의 소리였던 그들/새벽에 일어나 손수 이불을 개고/독서와 사색 속에서도 실용기술을 익혔던 그들/저녁시간 친히 했던 자녀 교육에서부터/유산 분배에까지 남녀 차별이 없던 그들/눈길 닿는 곳 무한하지만/일상에선 고정관념 없이 살뜰했던/참사랑의 초상/내안에 흐르는 올곧은 마음의 원천”

 

이글은 정옥자씨가 지은 “우리선비”라는 책 표지에 나온 “나의 빈 곳을 채워 줄 정신의 사표”에서 옮겨 쓴 것이다.

 

우리의 “선비정신”은 세계 속에서도 길이 빛날 군자의 정신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그들은 꼿꼿한 지조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 않고 강인한 기개를 가졌던 시대의 선구자였다. 옳은 일을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던 불요불급의 정신력과 항상 깨어 있는 청청한 마음가짐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사람들이다.

 

게다가 경전과 역사를 날줄과 씨줄의 관계로 엮은 경경위사정신을 추구하면서 인문정신에다 인간사까지를 결부시키고 있다. 즉, 군자(君子)가 되는 일을 스스로가 터득하려 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선비는 ‘군자되기를 목표로 수행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선비를 표현할 때 수운(守雲)이란 말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곧 구름임을 고수한다. 다시 말해 구름으로 자처한다는 뜻이다. 비는 구름이 없으면 내릴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구름이 곧 비는 아니다. 구름이 있다고 해서 바로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는 구름 없이는 내릴 수가 없다. 수운이란 비가 되기에는 부족하지만 비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 즉 군자가 되기에는 부족하지만 군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 아직 구름에 불과한 사람이란 뜻이다. 선비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는 바로 군자(君子)가 되는 일이었다. 군자란 이상(理想)의 인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자는 흔히 비[雨]에 비유된다. 비는 만물을 화육(化育)한다. 비가 없으면 만물의 화육이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정치판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위정자들의 당리당략만이 온 나라를 들썩이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그들은 국민을 위한답시고 국민을 속이는 속임수의 달인으로 변신되고 있는 현실에서 선비정신이 그리울 뿐이다.

 

왜? 많이도 흘러버린 세월의 뒤안길에서 선비 상을 그리워하고 선비정신을 들춰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다리가 휘청거린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의 선거 때가 다가오면서 정치판에 뛰어든 위정자들의 행보와 함께 쏟아지는 말잔치가 푸짐하면서도 서글프게 한다. 의. 식. 주를 해결할 수 없는 서민들에게 표를 의식한 위정자들이 당의정 같은 말과 사탕발림의 언약들이 마구마구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위정자들끼리의 폄훼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또 그들은 자신만의 영달을 위해서인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상대트집 잡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또다시 “선비정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할 지 모르겠으나 옛날의 선비들은 아무리 혼탁 된 정치판 속에서도 절행(節行)이란 명분과 의리에 입각하여 진과 퇴를 구분할 줄 알았다. 생사 앞에서도 본 모습을 흐리지 않고 죽음을 단지 돌아감으로 보았던 선인들은 천리에 순응하는 것을 가장 고결한 삶으로 여겼던 것이다. 아니 죽어야 할 때 살아 있다면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고, 마땅히 죽어야 할 때 죽는다면 죽어도 산다는 정신, 그 정신이 그립다.

 

지난주였다. 민주당정서에 사로잡힌 호남지역에서의 위정자들의 행보들이 지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 어느 누구라도 민주당공천을 받으면 당선된다는 여론화에 상승한 탓인지, 너도나도 자신이 민주당공천을 받는다며 야단법석들이었다.

 

“떡줄사람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김치 국부터 마신다.”는 옛말처럼 이들의 횡설수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민주당은 고심해야 한다. 아무리 민주당정서에 젖어있는 지역민이지만 서민들의 요구와 분노를 깊이 있게 관찰해야할 것이다.

 

어쨌든 “선비정신”을 지닌 위정자들을 공천할 수 있는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민들이 따라주는 정당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