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시인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소유‘의 저자인 법정스님도 열반에 들었다. 조계산과 송광사에는 많은 인파들이 줄을 잇고 ’무소유‘의 뜻을 되새기고 있는 것 같다.
법정스님의 올곧은 정신과 수행을 찬양하고 그의 입적을 애도함인지, 하늘마저 우중충하다. 찌푸린 얼굴에 잦은 비와 강풍은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 편승하고 수상한 정치판을 예고하는 듯하다.
잠시 쉬어가는 삶, 그 삶속에서‘무소유’로 일관했던 법정스님! 그 스님에 삶은 대단했다. 그의 다비식을 보려고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며 구름처럼 몰려드는 인파로 조계산 송광사는 장사진을 이뤘다.
그가 남기고 간 것은 과연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스님으로써 필히 남겼어야할 사리탑마저도 남기지 말라고 유언했다. 그도 스님이기 전에 사람이다. 사람으로서 욕망과 욕심은 있었을 것이다. ‘무소유’의 길을 걷기까지는 무수한 사연과 깨달음으로 고난의 길을 수행했으리라 믿는다.
상기해 보자. 조계산 송광사는 법정스님에게 있어 고향과 같다. 1975년 10월 법정스님은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8명이 사형을 선고받은데 충격을 받고 이곳으로 들어와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했다. 그 당시 법정스님은 정부에 대한 증오심이 컸다. 그 증오심을 이겨내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다 직접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았으며 베스트셀러인 '무소유'도 이곳에서 썼었다.
게다가 법정스님은 불일암에서 17년가량 거주하면서 조선일보에 자연에 대한 칼럼을 게재했었다. 어머니 품 같은 조계산을 휘돌면서 자연의 섭리를 깨달고 자신의 수필로 승화시켰다. 종종 찾아온 정채봉(동아작가인)일행과 교류했으며 '무소유'의 삶을 몸소 수행했었다. “무소유”수필집이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지난 1992년 강원도 모처로 거주지를 옮겨 지내며 집필활동에 힘썼었다.
잠시 법정의 “무소유”를 살펴보자.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 털털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태도가 아니다.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우리가 만족함을 모르고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중략)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어려운 일도 어떤 즐거운 일도 영원하지 않다. 모두 한때이다. 모든 것이 한때이다 좋은 일도 그렇다. 좋은 일도 늘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사람이 오만해 진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직위나 돈이나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써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서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
나 자신이 침묵의 세계에 들어가 봐야한다. 우리는 얼마나 일상적으로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는가. 의미 없는 말을 하루 동안 수없이 남발하고 있다. 친구를 만나서 예기할 때, 유익한 말보다는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말은 가능한 한 적게 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충분할 때는 두 마디를 피해야한다. 인류 역사상 사람답게 살아간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침묵과 고독을 사랑한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세상을 우리들 자신마저 소음이 되어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으나 침묵 속에 머무는 사람들만이 그것을 발견한다.
이처럼 그는 무소유의 의미를 조계산에서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어머니의 품처럼 느껴진 조계산 장박골을 수없이 오르내렸을 것이다. 빈자의 산행과 고행은 끝이 없었다. 천자암을 거쳐 연산 삼거리, 장군봉, 굴목재로 이어진 능선 등은 그가 타고 넘으면서 수행했던 흔적들이 고스라니 스며있을 것이다. 그의“무소유”는 한마디로 빈자의 길을 자연에 비유해서 노래했지 않았나 싶다.
조계산송광사 불일암에서 시작해 조계산자락으로 돌아와 입적한 그의 행적은 “참살이 인생길”로 많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조계산은 무소유를 깨우치게 하는 법정의 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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