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 별 집

망각의 정을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2. 1. 9. 21:33

 

 

거금연육교는 잃어버린

풋정의 조각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든

잊을 수 없는 망각의 사슬고리다

반도 끝자락 청파소리로

백사장에 남긴 흔적들을

쉬엄쉬엄 지우고

빛바랜 추억으로 얼룩진 학창시절 그 맹세는

해송 숲에서 기다리다 지쳐 길마중을 모른다

그 때 소곤대던 다정한 목소리

그 날 맹세했던 차분한 언약은

푸르디푸른 추억줄기로 뻗어 올라

바다 속을 헤집고

하늘 끝을 붙잡아

이루지 못한 풋정을 쌓고 또 쌓는다

민얼굴에 쓰여졌던 태고적 이야기와

바람소리에 실려 온 지난이야기를

날마다 파도로 지우는 연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건만

늙어버린 송림 숲과

퇴색된 백사장은

손가락 걸었던 그 약속을 농담으로 생각했는지

닳고 닳은 기억력을 지닌 몽돌에게 물어보고

그 날에 나눈 순정이와 우정이를 찾아보자고

짝 잃은 철새가 물고 온 처절한 바다이야기도

뒤돌아보고 싶지 않는 씁쓸한 이야기일지라도

지난 그 풋정의 조각들을 서로가 주워 맞추는

망각의 정을 거금연육교는 잇고 또 잇는다

'*샛 별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하세요. 밤비 인사드립니다.  (0) 2013.10.31
[스크랩] Re:망각의 정을 / 김용수  (0) 2012.01.11
향림골 소리  (0) 2011.12.25
떨고 있는 나목 / 김용수  (0) 2011.12.25
동백숲길 / 김용수  (0) 201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