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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호아트센터”와 최주호 인문학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6. 2. 16. 10:06

  

각박한 삶 속에서도 훈훈한 정이 넘친다. 나눔의 철학을 지니고 지역사회에 이바지 하고 있는 노신사의 하루는 바쁘다. 특히 문화로 얻은 행복을 지역민과 함께 나누려는 노신사의 소일거리가 현사회의 인문학으로 승화되고 있다.

 

전남 동부지역민들에게 문화기부와 장학금기탁은 물론 공연장과 갤러리까지 무료대관 하고 있는 최주호씨, 그는 순천의 인문학교수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지적재산과 물적 재산 등을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호아트센터는 최씨 가족이 조성한 문화공간으로 좋아한다는 ()의 뜻을 지닌 도심 속 고품격 문화쉼터다. 음악을 비롯해 미술 등 각종 예술 활동을 손쉽게 펼칠 수 있는 가변형 공간으로 지역예술인과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설 무렵이다. 지인으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다. 평소 필자가 아끼는 후배의 전화내용은 다름 아닌 “2016년 호아트센터 갤러리 초대전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필자는 그 부탁으로 전남 순천시 조례동 아이미코병원 6층에 자리한 호아트센터를 찾았었다. 250석 규모의 아담한 객석과 공연장 일부를 전시장으로 바꿀 수 있는 특이한 구조였다.

 

필자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호아트센터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피면서 그 연유를 캐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순천 호아트센터가 탄생하기까지는 최씨의 인생이야기가 수반되어야 했다. 자신의 유년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희비애락이 숨어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학업을 마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그와 그의 가족들의 장학금 기부와 호아트센터무료대관은 지역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최주호씨 그는 전 순천대 산업기계공학과 교수였다. 그의 인문학강의 내용은 음악분야와 자녀들의 교육관, 그리고 의학계 등이다. 어쩌면 그의 의료계의 인문학강의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큰딸 윤정씨(43)는 산부인과 의사, 윤정씨의 남편(43)은 안과 의사다. 큰아들 윤홍 씨(42)는 정형외과 의사이고, 그의 부인(37)은 내과 전문의다. 막내딸 윤미씨(39)는 약사, 남편(42)은 소아과 의사다. 13녀 부부 모두가 의료계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교사로 28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최씨의 아내 김순애씨(65)2009년부터 연금을 모아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최씨가 장학금을 내자 부인도 자녀들도 병원 수익금 일부를 떼어 보탰다. 이들 가족은 그동안 순천 금당고 등 17개 학교에 장학금 26880만 원을 기부했다. 또 순천대 등 6개 학교에 학교발전기금 54200만 원을 기탁하기로 약정했다고 한다.

 

더욱이 지난해 막내사위가 병원을 개업하고 두 번째 기부사업으로 호아트센터를 설립했다. 공연장 무료 대관은 물론 저렴한 티켓 값에도 불구하고 객석이 차지 않을 때면 최씨와 그 가족들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호아트센터를 매번 찾는 마니아 관람객’ 30명이 생긴 것은 가족에게 적잖은 위안이었다.

 

최씨는 말한다. 언제나 예술적 감동은 청소년의 건전한 인성 형성에 도움이 된다호아트센터가 문화를 꽃피우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이다.

 

지난해 10월쯤일까? 개관한 호아트센터는 그동안 클래식 공연 32차례, 전시회 7차례, 각종 강좌를 35차례 개최했다. 개원 11개월 만에 문화 환경이 척박한 전남 동부지역에 예술의 씨앗을 뿌리는 명소로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호아트센터는 서울에서 10만 원을 호가하는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12만 원에 관람할 수 있도록 지역민을 배려하고 있다. 김하종 연구소장과 전미란 호아트센터 실장은 유명예술인 공연은 물론이고 전남 동부지역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장소를 제공하는 등 문화기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공연장에 첨단 음향시설과 피아노를 설치하는 데 2억 원을 들였다. 전기료 등 운영비로 연간 8000만 원 정도가 지출된다. 관람객 입장료로는 시설비 회수는 고사하고 운영비조차 건질 수 없는 실태다.

 

하지만 최씨와 그 가족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 무엇도 아끼지 않겠다는 신념이다. 따라서 그는 저렴한 티켓 값에 품격 있는 공연과 전시를 선사하려면 예술가들에게 공연전시장을 무료로 대관해 주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아무튼 봄기운을 타고 솟아나는 순천만 청 갈대처럼 푸르게 푸르게 자라기를... 갈꽃 휘날리는 그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