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칼럼 집

조계산 숲길과 호반 길을 둘러보라 / 김용수

밤비 김용수 2016. 2. 29. 10:54


새싹들이 얼굴을 내 민다. 산에도 들에도 봄기운이 확연하다. 봄빛이 완연하다. 실개천의 물소리도 제법 소리를 낸다. 이런 봄날이면 어딘가를 가고 싶어진다. 특히 여인네들의 봄맞이는 그 감도가 남다르다. 


남에서 북으로 북상하는 봄은 조계산과 주암호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머니 품과 같은 조계산 장박골을 타고 장군봉을 오르내리다가 주암호에서 멱을 감는 청춘의 봄이어야 한다. 아니다. 3대 사찰인 송광사 12국사를 만나보고 천년고찰인 선암사 숲속을 둘러보아야 한다.


그래서일까? 봄이 노니는 이곳에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생태수도이고 힐링 도시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순천시의 봄은 색다른 봄으로 비쳐지고 있다. 아마도 여인네들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며 생기를 솟구치게 하는 도시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도립공원인 조계산 양편에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자리하고 있어 탐방객과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법정스님이 기거하면서 걸었다는 송광사 불일암의 숲길을 비롯해 쌍향수 숲길, 선암사 편백림 길, 그리고 선암사 아름다운 숲길 등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힐링 길이다.
  
흔히들 말한다.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산은 남도 최고의 조계산이라고 말이다. 그 연유를 설명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써야한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두고 싶다. 조계산자락에서  자생하고 있는 동식물들의 종류가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이곳의 기후풍토도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고 말이다. 그러한 연유로 수많은 야생화는 물론 특이한 동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탐방객의 말을 인용해 볼까 한다. 그는 지난 가을에 조계산 숲길과 주암호를 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단풍 명소로 장성 백암산 자락의 백양사를 첫손에 꼽는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단풍의 화려함만을 따진다면 백암산이 으뜸일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은 순천 조계산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눈으로 보기에는 백암산 백양사 일대의 단풍이 제일이고,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조계산 선암사 주변의 단풍이 더 낫다는 말이다. 느낌 좋은 절집은 동구 밖 진입로부터 남다르다. 선암사도 마찬가지. 다소 번잡한 주차장과 상가지구만 통과해 숲길에 들어서기만 하면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길가에는 참나무, 단풍나무, 생강나무 등의 활엽수가 울창해서 빛 좋은 가을날에는 은근하면서도 화려한 단풍터널이 형성된다. 왕방울만한 눈알을 부라리며 길가에 서 있는 나무장승을 뒤로하고 몇 발자국만 걸으면 승선교(보물 제400호)의 우아한 자태가 시야에 들어온다. 조선 후기에 세워진 이 무지개다리는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신선처럼 우아하고 날렵하다. 승선교 아래에도 아름답고 튼튼한 무지개다리가 하나 더 있다. 선암사를 껴안은 조계산은 숲이 아주 좋다. 산세도 그리 험하지 않아 괜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때로는 고향의 동산처럼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지리산처럼 우람하고 듬직하다. 조계산 서쪽 기슭에는 우리나라 삼보 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가 있다. 그리고 태고종 본산 선암사와 승보사찰 송광사 사이에는 산허리를 타고 가는 오솔길이 나 있다. 낙엽이 수북하게 깔린 가을의 오솔길로 이곳만큼 멋스러운 곳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총 길이도 약 6.7km에 불과해 느긋하게 서너 시간만 걸으면 반대편에 위치한 절, 선암사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다. 조계산 숲길과 주암호와 상사호인 호반 길을 둘러보아야 한다. 그 탐방 길은 뭔가를 생각하게 하고 심오한 건강철학을 알려주는 길이다. 도심을 떠나서 한가하게 탐방하는 길, 그 길에는 그림이 걸려있고 노래하는 시가 있다.
 
게다가 조계산 둘레 길로 접어들면 민속마을인 낙안읍성이 자리하고 있다. 선암사에서 낙안읍성으로 가는 길이다, 석정을 지나 평사, 목촌, 오금재를 넘어 금전산 허리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낙안성이다.

어쩌면 오금재에서 바라보는 낙안들판과 낙안읍성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친 금전산을 위시한 오봉산, 고동산, 백이산, 제석산, 존재산은 백미 중에 백미일 것이다.


이뿐 아니다. 국내에서도 물이 좋다고 소문난 낙안온천이 금전산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온천욕을 즐기는 인파가 늘고 있다. 미네랄성분과 불소성분 등 우리 몸에 유익하다는 다량의 성분들이 함유돼 있어 피부병과 성인병에 특히 유효하다고 한다.


이처럼 조계산 숲길과 주암호 상사호 호반 길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안아주고 있다. 사시사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주는가 하면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삶의 쉼터가 되고 있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날의 조계산 숲길과 호반 길, 그리고 낙안읍성 골목길은 언제나 아늑하고 정겨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