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손아귀 속에서
제 몸 부딪쳐 소리 내는
한 쌍의 호두알
손 힘 빌려 생기 솟게 하고
작은 지구의로 손바닥 구르고 있다.
심심풀이 아닌 노리개로
골지고 주름진 몸통 뒤트는 그 소리
와르르 와드득 자르르 짜르륵
자지러진 닳음 소리는
머~언 하늘까지 닿고
지구의가 되었다가
머리 골이 되었다가
분별 할 수 없는 한 쌍의
호두알은
세월 골짜기 헤이는 걸음마에
오늘이 걸려 넘어지고
어제가 덮쳐
쓰러지고
내일이 덤벼 일어서고
저녁놀을 엎었다가
아침놀을 뒤집다가
아침과 저녁을 반죽하고 있다.
손 안과 손 밖을 모르고
세월도
모르는 한 쌍의 호두알을
손바닥에 굴리며
손아귀로 돌리고 있다.
* 2005년 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