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 별 집

호두알 한쌍

밤비 김용수 2006. 2. 3. 09:09

            김 용 수

  손아귀 속에서
  제 몸 부딪쳐 소리 내는
  한 쌍의 호두알

  손 힘 빌려 생기 솟게 하고
  작은 지구의로 손바닥 구르고 있다.
 
  심심풀이 아닌 노리개로
  골지고 주름진 몸통 뒤트는 그 소리
  와르르 와드득 자르르 짜르륵 
  자지러진 닳음 소리는
  머~언 하늘까지 닿고 

  지구의가 되었다가
  머리 골이 되었다가
  분별 할 수 없는 한 쌍의 호두알은
  세월 골짜기 헤이는 걸음마에
  오늘이 걸려 넘어지고
  어제가 덮쳐 쓰러지고
  내일이 덤벼 일어서고
  저녁놀을 엎었다가
  아침놀을 뒤집다가
 
  아침과 저녁을 반죽하고 있다.
 
  손 안과 손 밖을 모르고
  세월도 모르는 한 쌍의 호두알을
  손바닥에 굴리며
  손아귀로 돌리고 있다.

 

  * 2005년 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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