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내리던 날
등나무처럼 꼬인 삶을 소나기로 두들긴다
구름을 꾀어내고
태양을 놀려대며
날벼락 치고 비를 뿌리는 여우의 속셈을
호랑이도 모른다
하늘도 모른단다
소나기 퍼붓고 개천 물 넘쳐날 때
하늘에 걸친 구름처럼 속았고
구름에 가린 태양처럼 숨었다
여우 시집가고 호랑이 장가가는 날
잃어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는
닳고 닳은 순정에 부스러기가
꼼지락꼼지락 되살아나
귀를 막고
눈을 감아도
사라지는 여우비를 쫒을 수 없다
마른 등가죽으로
여우비 내리는 반쪽 하늘을
햇살 내리쬐는 한쪽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며 속고 사는 삶
호랑이 장가가는 날, 그날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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