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수
후즐근한 비가 내린다.
우이동 계곡을 타고 내리는 봄비가
그녀의 가슴을 타고 내린다.
웬지
가슴에서 머리로 오를 수 있는 빗방울을
땅에서 하늘로 솟을 수 있는 빗방울을
그리다 그리다가 지친
시인은
맥없는 술잔만 부어대고
빈 술잔
빈 술병 만지작거린다.
부질없이 내리는 봄비는
넘치는 술잔 비우게 하고
술병까지 자빠뜨리며
적포도주 고운 결에 빠져든다.
우이 골에는 연두 빛 봄이 울고
풀 돋는 소리가 들리고
봄풀 뜯는 소 떼가 늘어
비에 젖은 소와 술에 젖은 시인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